주식워런트증권(ELW)에 투자한 회사원 A씨는 얼마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가 투자한 ELW 종목의 만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자 갑자기 거래량이 수십분의1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루 수십만주를 넘나들던 거래량이 하루아침에 1만주 이하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수천주밖에 거래되는 않고 있다. 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만기 한달 이전부터 유동성공급자(LP)가 거래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제도 때문이다.
A씨도 이 같은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상황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주식 공부를 한다는 생각에 소액을 투자, 만기까지 가보겠다며 애써 위안을 삼고 있지만 A씨는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LW시장이 양적 급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8월 들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013억원을 기록, 월별 기준으로 2,000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코스피100 종목 대비 거래대금 비중도 10.5%를 기록, 월 기준으로 10%를 돌파했다. 상장 종목도 지난 7월 말 1,000개를 돌파했고 8일 현재 1,017개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상장 종목 10개 중 2~3개는 아예 거래조차 되지 않고 있다. A씨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도 나타나고 있다.
만기 한달 전부터 LP의 거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ELW시장 발전을 막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기관이 빠지고 개인만이 거래에 참여하게 돼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호가 왜곡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증권 업계는 물론 증권선물거래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있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P의 거래 제한을 풀 경우 만기를 앞두고 가격을 왜곡하는 등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것은 감독 당국의 지나친 몸 사리기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 12월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8개월 동안 ELW 거래에서 아직 LP증권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홍콩의 경우도 만기 5일 전까지 LP의 거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LP의 거래 제한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