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0일] 부끄러운 '난장판 국회'

국회 본회의장 농성, 여야 간 공방전, 의원들끼리의 몸싸움, 국회 경위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결하는 국회의장…. 국회에서 지난 8일 이뤄진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3년째 되풀이돼 낯익은 18대 국회 풍경이다. 이런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한 여야당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아무리 쌍방과실이라도 책임은 가진 힘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을 무시하고 물리력으로 막은 민주당 등 야당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예산안과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 책임이 더 무겁다. 집권 다수당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폭력을 부른 강행처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가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정기국회 회기를 하루 남겨둔 만큼 마지막까지 야당을 설득했어야 했다. 시간이 걸릴지언정 국회 내부의 조율을 통해 해결하라는 의무를 스스로 못미더워했던 걸까.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민, 우리 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김 원내대표가 상대 당 의원을 솔선해서 끌어내던 모습이 정의롭다고 생각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서울대 법인화 법안 등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법안을 직권상정으로 처리했다. 서울대 법인화 법안의 경우 지난달 30일 제출돼 '법안 숙성기간'도 지나지 않았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 제출시점으로부터 15일 이내에는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이 지연작전을 쓴다며 "못된 버릇은 고쳐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못된 버릇을 고치려 더 못된 방법을 썼다는 것이다. 직권상정이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인 만큼 절차적 민주주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논의 한번 없이 넘어가기에는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여길 이들이 여당 의원 중에는 아무도 없었을까. 이재오 특임장관이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엄지손가락으로 가라고 손짓하자 김 원내대표와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박 원내대표를 끌어내는 장면은 여당의 오만과 야당의 무기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태도라면 18대 국회의 마지막까지 같은 풍경을 몇 번이나 더 목격해야 할지 본인으로서는 답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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