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불요불급한 고정자산을 처분해온 상장ㆍ등록기업이 올해는 가급적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유동성 사정이 호전되면서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해왔던 자산처분 열풍의 한고비를 넘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15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2일까지 상장법인의 전체 고정자산 처분금액은 1조3,3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조157억원에 비해 33.7% 감소했다.
등록기업의 경우도 올들어 이달 12일까지 39개사가 2,275억원어치를 처분,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94억원에 비해 30.9% 줄었다.
상장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자금확보를 위해 비효율적인 자산매각을 늘리면서 2000년 같은 기간 1,483억원이었던 상장사들의 자산 매각규모는 2001년 1조694억원, 2002년 1조4,02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조157억원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
올해 가장 큰 규모의 고정자산을 처분한 상장기업은 충남방적으로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2,047억원어치의 건물과 토지 등 부동산을 처분했으며 세종증권도 유동자산 확보를 목적으로 1,265억원짜리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에 비해 고정자산 취득규모는 상장ㆍ등록사 모두 늘어나고 있다. 상장사의 경우 호황기를 맞은 해운업체의 선박 취득과 일부 건설사의 개발용지 매입 등으로 올들어 이달 12일까지 3,875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1,137억원의 3.4배로 늘어났다.
건설회사 태영이 개발사업 용도로 경남 마산에 1,710억원어치의 토지를 매입해 규모가 가장 컸으며 해운업체인 대한해운과 세양선박이 각각 680억원, 494억원짜리 선박을 사들였다.
코스닥 기업의 고정자산 취득규모도 올해 2,196억원으로 지난해의 1,724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고정자산 취득에 가장 큰 돈을 투입한 코스닥 기업은 부동산 임대 관련 수익사업을 위해 363억원어치의 토지와 건물을 사들인 씨엔씨엔터프라이즈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이나 운영자금 확보 차원의 자산매각은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고정자산 취득은 늘어난 반면 처분이 감소한 것은 상당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