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개혁 과감하게(사설)

금융개혁에 시동이 걸렸다. 지난 1월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범한 금융개혁위원회가 15차례의 전체회의를 거쳐 금융산업개혁 방안을 제시했다.금개위가 내놓은 1차 보고서는 단기개혁 방안으로 금융산업개편, 책임경영체제 확립, 금융전산망 확대, 금리와 수수료 자유화, 여신관리제도 개선, 규제완화, 벤처금융과 중소기업 금융 활성화, 금융관행개선, 부실자산정비 등을 담고 있다. 중기과제로 금융개혁의 핵심이 될 은행소유구조, 은행인수합병(M&A), 중앙은행 독립, 은행감독기능의 개편 등 민감한 문제들을 제시, 오는 6월말까지 개혁방안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예민한 사안은 남겨두고 있지만 석달만에 이같은 개혁안을 만들어 낸 열의와 효율성은 평가할만 하다. 금융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우리 금융산업은 어느 산업에 비해 가장 낙후되어 있다. 관치의 그늘에 안주, 난맥과 비효율성을 개선하지 못해왔다. 경쟁력 있고 이용하기 편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금융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화·개방화 추세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평가기관도 금융부문 경쟁력은 하위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한보사건에서 금융산업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재벌의 은행지배 안된다 단기 과제의 대부분은 그동안 여러차례 논의가 되었거나 이미 시행중인 방안들이어서 별 무리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은행의 지배구조 개선과 부실채권 정리방안이다. 금개위는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지배구조개선 방안으로 재벌의 은행경영참여를 제시했다. 비상임 이사회 멤버중 주주대표를 70%로 상향조정하고 공익대표 30%의 선임권도 대주주에 위임키로 했는데 대주주에는 5대재벌도 포함시킨 것이다. ○경쟁력·금리인하 효과기대 재벌의 경영참여가 은행소유와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은행장 선임등 은행경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게 됐다. 책임경영 체제의 측면에서 보면 그럴듯 하나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이 은행까지 지배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은 것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2차과제이긴 하지만 은행소유구조 개편의 전단계로 비쳐져 재벌의 은행지배 가능성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재벌의 은행지배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 확장을 가속시킬 위험이 있다. 금융의 낙후와 비효율·비리의 빈발이 주인이 없어서 라지만 재벌이 꼭 주인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인을 찾아주되 금융전업가를 주인으로 해야하고 소유분산과 전문 경영인 도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부실자산 정리 방안의 핵심은 성업공사에 금융기관 부실채권 인수·정리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부실채권 정리는 은행의 경영개선과 건전금융 경쟁력 강화도 노리고 있다. 다만 신용대출로 관행을 바꿔가는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점진 아닌 개혁적 실천을 앞으로 금융기관간 영업이 무너지고 진입 퇴출이 자유스러워지는 것과 함께 M&A가 활성화할 것이다. 개방화가 진척되면서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M&A가 활발해 질 것이다. 부실은행과 경쟁력이 없는 은행은 언제든지 M&A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은행도 망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예고를 의미한다. 금융개혁의 첫 가시적 성과는 금리하향안정이 되어야 한다. 금융이 산업의 혈맥이면서 제기능을 해오지 못했다. 그 결과 국가경쟁력의 약화요인으로 고금리를 비롯한 고비용 구조가 고질화되었다. 따라서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야 개혁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일단 공은 시행부서인 재정경제원으로 넘어갔다. 재경원은 그동안 점진적 개선을 고집해 왔다. 더러는 정지작업이 끝나 실천에 큰 마찰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권말기에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은행 소유구조·한은독립문제 등 논란이 예상되는 2단계 과제는 정권 초기에도 손을 못댄 것이다. 문제는 개혁의지와 경제논리에 달려 있다. 충분한 논의와 접근을 통해 합리적 효율적 방안이 마련되면 과감한 실천이 따라야 한다. 점진적 개선은 개혁이 아니고 이해집단의 저항에 발목이 잡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금융개혁은 「빅뱅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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