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5월 29일]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은 안된다

[발언대/5월 29일]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은 안된다 임좌진 (가우디환경 홍보실장) 요즘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뜨고 있다. 유통업체나 각종 이벤트 행사에서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사은품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음식물처리기다. 주부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생활가전 제품이 음식물처리기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요즘 같은 음식물처리기 붐이 때늦은 감도 있다. 주부뿐 아니라 싱글 족이라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면서 겪은 불편함과 번거로움, 비위 상했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느끼는 불편함을 없애주는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는 시장을 남들보다 빨리 찾아내 뛰어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주부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제품이 이제 와서야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데는 모 업체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00년을 전후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환경 산업과 음식물처리기 시장의 무궁한 발전가능성을 보고 음식물처리 기술개발에 마구 뛰어들었다. (요새는 규모가 큰 업체들은 하룻밤 새(?) 제품을 출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그때부터 음식물처리기 업체들은 무수한 시행착오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제대로 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가장 큰 장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바로 제품 가격이다. 처리방식(파쇄건조방식, 미생물을 이용한 소멸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0만~40만원, 60만~70만원대 하던 제품들은 소비자가 선뜻 사기에 가격 부담이 컸다. 하지만 모 업체는 지난해 하반기 전세계 최초로 (외국의 경우 열풍건조방식이 없다. 미국은 디스포저, 일본은 미생물을 이용한 소멸방식이 보편화 돼 있다.) 간단한 구조의 열풍건조방식 제품을 내놓으며 10만원대로 가격을 내려 단번에 시장을 선점하고 음식물처리기 대중화의 물꼬를 텄다. 기술개발과 경영효율화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제품 가격을 내린다면 소비자나 업계 모두에 혜택이 돌아가는 윈윈게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떠나 단지 가격만 놓고 싸우는 저가 출혈 경쟁이 된다면 이 시장은 가망이 없어진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제대로 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은 국산 음식물처리기를 더 많이 찾을 것이다. 그럼 파이가 커질 테고 그 커진 파이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 된다. 앞으로 음식물처리기는 가정의 필수품이 될 것이다. 혼수품 목록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 것이다. 가구당 보급률이 50% 내외를 넘어선 정수기나 김치냉장고ㆍ비데 등에 비하면 보급률 1~3%대의 음식물처리기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그만큼 이 시장은 기대할 만하고 더욱이 환경 산업인 만큼 미래가 밝다. 국내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면 음식물처리기는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ㆍ휴대폰 같이 전세계에 수출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저가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아 먹기’식만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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