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損保-生保"우리가 더 손해"

손보 "영업능력 떨어져 시장잠식 불보듯"<br>생보 "부수입 커지면 본업 소홀할까 우려"<br>금융당국 "설계사 위한 제도" 강행 방침


시행을 10개월이나 남겨둔 생명ㆍ손해보험사 설계사의 상품 교차판매가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부실판매 가능성과 영업조직 와해를 이유로 도입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은 보험상품 교차판매는 보험사가 아닌 보험 설계사를 위한 제도이므로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8월 실시될 예정인 보험업계의 교차판매는 생보사 설계사가 자동차보험과 같은 손보사 상품을, 손보사 설계사가 변액보험 등 생보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키로 했던 것은 방카슈랑스 시행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 보험 설계사들의 수입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 설계사들이 다양한 보험상품을 취급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당초 2003년 보험업법 개정과 함께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방카슈랑스의 단계별 시행에 따라 3년 후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그러나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 오면서부터 보험사들이 교차판매 도입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생ㆍ손보업계는 나름의 이유를 대고 있다. 우선 손보업계는 손보사 설계사들의 영업 경쟁력이 생보 모집인에 비해 뒤쳐진다는 주장이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중심으로 영업을 했던 손보사 설계사들이 종신보험 등 고가의 보장성보험을 판매했던 생보 설계사들과 경쟁하면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성언 손해보험협회 모집관리부장은 “교차판매의 도입취지가 설계사들의 수입을 보완하기 위한 것인데 생ㆍ손보 설계사들이 같은 시장에서 영업을 하게 되면 어차피 ‘제로섬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영업력이 뛰어난 일부만이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손보업계 중에서도 신동아화재나 교보자동차보험 등 일부 회사는 같은 계열의 생보사 영업인력을 활용, 매출을 늘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보업계는 또 다른 이유로 교차판매가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예상대로 자사 설계사들이 손해보험 시장에서 수완을 발휘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게 될 경우 정작 생보 상품 판매에는 소홀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생보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설계사들의 충성도가 떨어져 회사가 영업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런 보험업계의 주장이 회사 편익만을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영석 금융감독원 조직영업감독팀장은 “보험상품 교차판매는 보험사가 아니라 보험 설계사를 위한 도입되는 제도”라며 “보험사보다는 모집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은 시행 전까지 업계 및 설계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주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세부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차판매를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을 갖춘 설계사에게만 허용할 지 여부와 ▦권역별 상품을 비교 판매 의무화 ▦계열 보험사간 부당지원 시 처벌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팀장은 또 “가장 중요한 것이 설계사들의 목소리인 만큼 조만간 설문조사들을 통해 영업조직들은 이 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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