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계에 얽매인 당신, 행복하십니까

웰컴 투 머신- 데릭 젠슨ㆍ조지 드래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br>편리한 '문명의 이기' 이면엔 인간 종속의 그늘<br>'원형감옥식' 국가의 감시·통제 강화 경고도

톱니바퀴 속에 낀 노동자 모습을 통해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현대인을 묘사한 찰리 채플린 영화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한 홍길동씨. 기분 좋은 하루를 꿈꾸며 외투를 벗으려다 문득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고 불안해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홍길동씨. 결국 1시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 문명이지만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과연 기계 문명이 인간의 통제 하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계가 인간을 통제하고 있는 것인지. 현대는 기계문명의 시대다. 지구 반대편 친구에게 실시간 화상 대화를 하고 달나라 여행을 꿈꾼다. CCTV 덕택에 대문 밖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얌체 이웃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소름이 끼친다. 정보 통신 기술의 엄청난 발전에 힘입어 직장 상사는 태평양 건너 출장간 부하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제 손바닥 보듯 감시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 슬쩍 했다가는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로 인해 낭패 당한다. 저자들은 기계 문명의 발전이 인간을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기계 문명 발전의 결과 인류는 18세기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만들어낸 원형 감옥 ‘팬옵티콘’에 갇힌 죄수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독방이 중앙의 경비소를 중심으로 방사선 모양으로 뻗어있는 원형 감옥 팬옵티콘. 감옥은 항상 불이 켜져 있고 경비소는 칠흑같이 깜깜해 죄수는 누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매순간 감시 당하고 있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예를 들어 보자. 현대인은 전자 태그가 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자동차에 GPS를 달고 다닌다. 휴대전화로 행적이 수상한 아내의 위치를 휴대전화로 추적할 수 있고, 남편이 구매한 물건이 무엇인지 곧바로 알 수 있다. 기계 문명의 발전으로 인간은 제 몸하나 잠시도 숨길 수 없는 팬옵티콘 죄수 신세가 된 것이다. 기계 문명에 대한 저자들의 비판적 시각은 기계 문명의 초대 수혜자가 바로 현대판 팬옵티콘의 경비원인 권력층, 즉 국가라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빅브라더’들은 실체도 없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목 하에 인류에 대한 팬옵티콘식 감시와 통제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고 있다고 저자들은 경고한다. 이 책은 기계를 사용하던 인간이 역으로 기계의 지배를 받으며 기계화되어 가는 현실을 다채로운 예시와 철학적 비유를 통해 들춰내고 있다. 신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ㆍ기계파괴 운동)이란 딱지를 붙일 만한 저자들의 일면 극단적 시각은 논쟁의 여지가 적지 않지만 맹목적 기술문명 숭배로 인해 기계화의 그늘이 짙은 현대 사회를 되돌아 보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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