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상한 제3시장 활성화 방안

한기석 기자<증권부>

[기자의 눈] 이상한 제3시장 활성화 방안 한기석 기자 한국증권업협회는 최근 감사의견 비적정 또는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도 제3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외주식의 호가 중개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이렇게 되면 제3시장에 소속된 벤처기업과 정규시장 퇴출기업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어떤 감사의견을 받더라도 퇴출되지 않는다. 이는 자본이 완전 잠식되는 등 사실상 파산상태에 있는 기업도 거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세심히 주의하지 않을 경우 자칫 큰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겠다 싶어 물어봤다.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공시강화 등의 보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게 증협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면 보완대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시행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제3시장이 워낙 침체해 있어 하루 빨리 활성화할 필요가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환금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협회측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 제3시장의 문제는 오래 전부터 거론돼왔으며 특히 정규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에 투자한 사람은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개선안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본말전도식의 대책이어서는 곤란하다. 증협측은 그러면서 "퇴출 기업이 제3시장에 얼마나 들어오겠느냐" "거의 없을 테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기자를 안심시키기에 바빴다. 문제가 심각한 기업들에 들어오라고 문은 활짝 열어놓고 실제로는 그런 기업들이 별로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이상한 제3시장 활성화 방안이 돼버렸다. 증협은 이번 대책과 동시에 제3시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시장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제3시장의 부정적 이미지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하다 보면 시장은 저절로 활성화되고 부정적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 증협은 최근에 회장과 부서장간 사업계획이행계약서를 체결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일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아쉽다. hanks@sed.co.kr 입력시간 : 2005-04-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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