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육상물류 선진화 이루자] <하> 화물 운송시스템 확 뜯어고쳐야

다단계 구조 개선없인 "사상누각"<br>표준요율제·주선료 상한제등 허점 많아<br>대기업 물류사 내부거래 물량 제한 필요<br>자체차량 보유 제3물류업체도 육성해야


화물연대가 이번 집단 운송거부를 통해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은 ‘운송료 현실화’와 ‘표준요율제의 내년 실시’ 등 두 가지다. 운송료 인상으로 화물차주들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것으로 보인다. 표준요율제 도입은 화물운송업계의 후진적인 계약관행을 일부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화물차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차량 3,000여대를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화물운송시장의 고질병이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화물운송업계의 가장 큰 병폐인 다단계 운송구조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물류대란이 다시 발생할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 ◇운임의 30~40%가 수수료 ‘기형적 구조’=화물연대는 지난 2003년 집단 운송거부 때 운송료 인상과 함께 ▦지입제 즉각 철폐 ▦다단계 알선 근절 등을 요구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화물차등록제를 폐지하고 과다 주선료 및 장기어음 개선을 위해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바뀐 것은 거의 없다. 등록제를 폐지해도 오히려 지입제도는 고착화돼 차주 가운데 97%가 운송업체에 지입돼 있다. 다단계 알선구조 역시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진 게 없다. 이 같은 현실을 잘 아는 화물연대는 더 이상 지입제 폐지나 다단계 주선구조 개선을 주장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다단계 운송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육상 화물운송시장의 선진화는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표준요율제 도입과 화물차 감차, 운송업체 대형화ㆍ전문화도 필요하지만 다단계 구조 개선이 먼저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화물운송 구조는 화물운송 위탁부터 최종 전달까지 ‘화주→운송주선사업자→운송업체→화물차주→고객’의 단계를 거친다. 운송업체와 화물차주 사이에 1~2명의 주선업자가 더 끼여들기도 한다. 단계를 거칠 때마다 주선업자들과 운송업체들이 관행적으로 5~10%씩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실제 화물차주는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료의 60~70%만 받게 된다. 화물이 이동하면서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리베이트 등 뒷거래가 만연해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는 사실상 주선업자=이러한 다단계 알선구조의 정점에는 화주와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대형 화주들은 2000년대 초부터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그룹의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 삼성전자(삼성전자로지텍), LG(범한판토스ㆍ하이로지스틱스), 현대자동차(글로비스) 등 상위 그룹사들이 대부분 물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물류 자회사는 사실상 주선업체나 마찬가지다. 자체 직영차량이 거의 없는 이들 업체는 모기업의 물량을 확보, 주선업체나 운송업체에 재하청을 주면서 전체 운송료의 약 7~8%를 수수료로 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기업 물류 자회사는 전체 취급물량의 80% 이상을 해당 그룹에서 얻고 있다. 사실상 내부거래인 셈이다. 모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화물까지 독점하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01년 1,985억원이던 글로비스의 매출은 지난해 2조5,1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범한판토스는 1,867억원에서 1조203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매출이 증가한 점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자회사를 통해 물류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차량도 없이 화주와 운송업체 중간에서 사실상 주선사업을 하는 게 기업의 물류효율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며 “물류산업의 발전은커녕 제3자물류(TPL) 등 전문업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3자물류업체 집중 육성 필요=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단계 알선구조를 그대로 두고 표준요율제를 비롯한 주선료상한제 등 각종 제도를 도입해봤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표준요율제의 경우 화물업계의 ‘강자’인 화주와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기준요율을 그대로 지킬 리 만무하고 이면계약을 통해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물시장의 다단계 알선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된 화주-차주 간 직거래도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을 통해 화주와 차주를 연결하는 화물중개업체들도 대부분 1년도 못돼 문을 닫았다. 그만큼 구조 개선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다단계 알선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내부거래 물량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한편 자체 차량을 보유하고 물류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3자물류업체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물주선계약을 보다 투명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현재의 화물운송시스템을 확 뜯어고쳐야 물류시스템의 선진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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