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醫-政 백신논쟁] (8) 우려되는 독감백신 부족사태

국내 생산시설 확보등 대책 시급<br>부화란 이용 생산에만 수개월 걸려<br>독감 갑자기 유행하면 '속수무책' 유사시 대비 해외제약사·유치 필요<br>美 작년 공급 차질로 백신부족때 심리불안 겹쳐 약값 10배 치솟아<br>선진국선 물량확보 다각방안 강구


독감백신에 함유된 치메로살을 최대한 줄이면서 궁극적으로 완전히 없애기 위한 노력과 함께 보건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백신 부족사태에 대비,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독감백신의 100%를 외국에 의존하는 현실로 비추어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대안은 단 하나, 국내자본으로 백신제조시설을 세우거나 해외 제약사를 유치하는 일 밖에 없다. 이는 언젠가는 한번쯤은 독감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을 할 것이라는 전염병 전문가들의 우려와 맞물려 심도 있게 추진되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다만 독감백신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제약 기술수준이 상당수준 따라야 하고, 투자자금도 1,500억원~2,000억원은 필요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진 독감백신 부족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선거 판세가 매우 유동적인 격전지를 중심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독감백신을 주제로 독설에 독설을 토해내는 공방을 벌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독감백신은 독감이 크게 유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량만 부족해도 심리적 불안요인까지 겹쳐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부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독감백신 부족으로 의약품의 값이 무려 10배까지 치솟자 플로리다주를 방문해 유권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주는 따뜻한 날씨 덕분에 미국 내 은퇴자들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만65세 이상 인구는 약300만명. 플로리다주 전체 유권자의 17%에 달한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미국이 독감백신 공급의 차질을 빚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분석이다. 2004년 미국은 세계 굴지의 제약사이자 백신 제조업체인 '카이론'으로부터 독감백신을 공급 받기로 했다. 하지만 영국 보건당국이 리버풀 공장의 백신 생산라인 일부가 오염되었다면서 전격적으로 생산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미국정부의 독감접종 계획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독감백신 부족사태는 영국 보건당국이 카이론사의 주요 백신제조 생산라인이 있는 리버풀 공장에 대해 제조허가를 정지한다고 결정했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이에 앞서 2004년 미 보건당국은 독감백신 접종대상자를 1억명으로 잡았다. 그 중 절반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백신으로, 나머지는 영국 카이론사에서 완제품으로 수입해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로 백신공급에 엄청난 차질을 빚었다. 독감백신 부족사태를 계기로 미국 정부는 물량을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프랑스 아벤티스사와 2005년 일부 물량 공급 분의 계약체결을 마쳤다. 약속이행을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아벤티스는 계약조건으로 앞으로 5년간 백신을 공급하되 첫 해 계약금은 1,000만 달러를, 그리고 미정부가 최장 4년간 연장 계약할 경우 앞으로 5년간 4,1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이처럼 미 보건당국이 독감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독감백신이라는 것 자체가 수요가 생겼다고 마구 ‘찍어’ 낼 수 있는 약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감백신은 부화란을 이용해 생산되는데 생산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 대부분 상반기에 다음 독감 시즌용 백신을 한꺼번에 제조한다. 때문에 독감이 갑자기 유행하면 제조시설이 전혀 없는 우리 나라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독감백신의 확보노력은 영국ㆍ캐나다ㆍ독일ㆍ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공통 사안이다. 선진국들이 독감백신 확보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독감의 폭발적인 확산이 세계적인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 아놀드 몬토(전염병학) 박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조류독감이 사람간에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조류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몬토 박사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독감백신은 생산물량이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한국은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ㆍ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백신을 자체 생산할 수 없는 국가에서는 유사시 언제라도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독감확산에 대한 경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보건기구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보건장관회의에서 독감확산에 따른 재앙발생을 경고했다. 같은 달 중국에서 열린 ‘중국과학협회 2004년 학술대회’에서도 대규모 독감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질병관리센터는 세계적으로 대형 독감이 발생할 경우 미국에서만 9만명~2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감유행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는 초대형 독감으로 조류독감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새를 통해 번지는 조류독감이 돼지에 쉽게 옮는다는 것 자체가 우려할만한 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염병 전문가들은 한국 내에 독감백신 제조시설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대안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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