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환율 10% 떨어지면 성장률 0.7%P 둔화

1,050원 땐 수출기업들 6조원 영업손실<br>■ 환율 하락… 수출·경상수지 영향은<br>전문가들 "원高 내성… 급락 없다면 기업들 감내 가능"


물가폭탄에 시달리던 우리 경제가 환율 하락이라는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인플레이션 압력만을 생각한다면 환율 하락이 반갑지만 수출과 경상수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성장률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물가를 잡으려다 우리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 온 수출기업이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출주도 회복형 경제'에서 이제는 '안정적 성장형 경제'로 방향을 튼 만큼 지나치게 빠른 속도만 아니라면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물가와 환율 하락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당연히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은 0.54%포인트 감소하고 성장률은 0.72%포인트 둔화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지면 국내 91개 주력 수출기업은 이익은 고사하고 5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 있다. 환율 하락은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KB투자증권은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이하에서는 10원 떨어질 때마다 경상수지가 평균 4.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KB투자증권은 올해 말 환율이 1,030원까지 하락할 경우 경상수지흑자는 9억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전체 흑자 규모는 130억3,000만달러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3월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수출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수출기업 1,003곳을 상대로 조사한 수출경기전망지수는 1ㆍ4분기 116.3에서 2ㆍ4분기 105.4로 10.9포인트가 낮아졌다. 수출이 잘 될 것이라는 응답이 여전히 많지만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가 높은 셈이다. 수출전망도 밝지 않은데 환율까지 하락해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경우 수출기업은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학회에서 "금리인상, 환율 평가절상의 정책조합은 인플레이션을 소폭 낮추지만 성장률과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냥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원화강세를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갖췄다는 얘기다. 실제 2006년 당시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 밑으로 내려갔을 때도 경상수지는 2~4월 3개월 동안 적자를 보이다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단기적인 충격을 받기는 하지만 급격한 변동성만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에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 대지진으로 부품 수입에 지장이 발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수출기업의 경우 수출을 1% 늘리면 0.96%의 대일수입을 증가시키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부품수입 단가 하락 효과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의 영향력은 지난 10년 동안 10분의1 수준으로 낮아져 올해는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며 "기업들은 환 관리를 달러 위주의 관점보다는 복수통화 관점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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