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황 교수 논문조작 우리 모두 반성해야

어떻게 이런 ‘사기극’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즈 논문의 데이터가 단순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조작’이라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에 국민들은 침통함과 함께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세계를 속인 이번 조작극은 ‘영웅’으로 칭송 받던 한 과학자의 추락만이 아니라 생명공학계는 물론 한국과학계 전체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됐다. 논문에 이용된 모든 자료가 2개의 줄기세포주를 근거로 한 것인데 이를 11개에서 얻은 것처럼 고의로 조작한 것은 진실성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과학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한 행위로 비난과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앞으로 줄기세포 2개의 DNA 지문분석이 남아 있어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원천기술 보유의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 있다지만 이를 믿기엔 국민이 받은 충격이 너무 크다. 연구가 고의적인 조작으로 밝혀진 이상 책임 및 연구비 사용 규명 등 한국사회가 한동안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는 과학자답게 진솔한 자세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동안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국민은 조작을 호도하려는 인상을 주는 어떠한 변명이나 행동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에 대한 검찰고발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엔 국민의 불신감이 너무 크다. 이번 조작사태는 한국사회의 쏠림 현상이 빚은 결과다. 정부가 훈장에다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대주고 국민이 영웅처럼 떠받드는 동안 황 교수의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비극이다. 연구가 조작이라는 의문이 제기된 후에는 뒤질세라 일제히 황 교수 비난에 동참하고 있다. 성과만을 중시해 검증과정을 무시하고 힘을 모아주었던 우리 모두에게 이번 사태의 공동책임이 있음을 통감해야 한다. 권력이나 부나 한쪽으로 쏠리면 불상사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정부는 국민이 희망을 잃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문책하고 자기상실감에 빠진 과학계를 추스르는 일에서부터 이번 사태의 수습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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