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약세 한풀 꺾일까

美·日 "지나친 엔低 부담" 발언 잇달아'엔화의 지나친 약세 흐름이 한 풀 꺾일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이 엔화의 지나친 약세기조에 강력 반발하고, 일본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도 지나친 엔화 하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언급이 잇따르면서 엔화의 약세기조가 어느 정도 둔화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엔화 하락 방치 않을 듯 미국 정부는 엔화의 하락이 지속될 경우 더 이상 방관자적 자세를 견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그 동안 외환시장 개입과 일본의 경제정책운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으나 최근 미일 양국이 엔화 약세 정책에 합의했다는 루머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연일 치솟자 부시 행정부는 일본 정부가 은행의 부실 여신을 정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엔화 약세를 용인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가 위태롭게 되고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만큼 일본이 경기회복 수단으로 손쉬운 외환 정책보다는 고통스런 금융구조조정을 선택하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현재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엔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일본에 전달하고 있으며, 이런 뜻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선진 7개국(G7) 회담에서 공식 선언하는 방안,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지나친 엔 저, 일본 정부도 부담 최근 일본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는 지나친 엔화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 미야자와 재무성 장관이 지난 2일 "최근의 엔화 환율 움직임이 급작스럽고 비정상적"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3일에는 미조구치 젬베이 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이 엔 저 심화에 대해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자민당의 가메이 시즈카 정조회장은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126엔 대에 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120엔 선에 거래돼야 한다"며 엔화 환율에 대한 적정치까지 제시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여당이 지나친 엔화 약세에 일정한 선을 긋고 나선 것은 미국의 반발이 워낙 심한데다 아시아 각국 또한 엔화 약세에 의한 금융위기 재현을 의식,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엔화의 지나친 약세에 따른 신뢰도 하락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 전문가들은 엔화의 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지면 일본 증시는 물론 채권시장으로부터의 자금유출이 러시를 이룰 수 있으며, 이는 일본의 경기 침체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은 엔화 약세기조 지속 전망 미국과 아시아 각국의 반발, 그리고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 발언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약세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 지나친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외교관계나 금융시장에 문제가 일어날 수준으로 엔화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 시장에 대한 강력 개입보다는 중립 유지에 무게를 두는 인상이 짙다. 또한 최근의 경기 침체를 탈피하기 위한 출구를 수출에서 찾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제고라는 유혹을 쉽게 저버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역시 엔화의 약세 지속을 점치고 있다. 3일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4일 발표될 긴급경기대책, 일본 자동차업계의 실적 호전 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엔화가 조만간 127엔 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 몫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메릴린치는 오는 6월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132엔까지 상승할 것이며, 9월말에는 142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엔화 약세흐름은 오히려 빨라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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