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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재조명 받는 농산물 펀드

제임스 고번 베어링 글로벌 애그리컬쳐 펀드 매니저


최근 글로벌 이상기후, 우크라이나 사태, 가축 질병발생 등으로 인해 국제 농산물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농산물 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대상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농산물 펀드란 주로 비료 제조업자, 농작물 생산자, 운송업자, 식품 가공업자, 식품 도매업자와 같은 농업과 관련된 활동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그렇다면 과연 가격 상승요인만이 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척도가 될까.

일반적으로 농산물이 농장에서 일반제품 형태로 최종 고객에게 도달되기까지의 전체 과정을 농식품산업 가치사슬(agricultural value chain)이라 정의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투자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각 분야별 특징에 따라 가격에 영향을 더 받기도 덜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치사슬의 상류(upstream)에 해당하는 비료, 영농장비 및 설비투자, 종자 및 작물 보호 관련 업체의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에 수혜를 받는다. 반면 중류(midstream)에 해당하는 고기·생선 및 유제품 공급업체는 곡물 가격이 낮은 편이 비용절감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식품제조업체 및 유통업체 등 하류(downstream) 분야에 해당하는 업체는 농산물 가격에 가장 민감하기 마련이다.


농산물 투자를 유망하게 보는 이유는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측된다는 점이다. 인구 증가와 신흥국 중산층 증가, 그리고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남에 따라 식품·사료 및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50년간 생산해야 될 식료품의 양이 지난 1만년간 생산된 양보다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과거에는 생산량이 수요 증가를 무리 없이 따라갔지만 앞으로는 공급과 수요를 맞추기 위해 농경지가 대폭 확장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농경지의 지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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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특히 유망한 농업 관련 분야 중 하나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 상승에 힘입어 매우 탄탄한 펀더멘털을 보이고 있는 미국 양계업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돼지유행성 설사병인 PED바이러스가 미국 암퇘지의 약 30%를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급상승했고 소고기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소의 개체 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은 양계업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비료 업종의 경우 질소비료와 인산비료 가격이 지난 4·4분기 이후 대폭 상승하는 등 글로벌 비료업체의 펀더멘털이 개선된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세계 최대 칼륨비료 회사인 러시아 우랄칼리(Uralkali)가 중국에 매년 70만톤의 칼리비료를 톤당 평균 305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칼륨비료가격 역시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농업 관련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단순히 농산물 가격의 변동 추이만 살피는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산물 산업 전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다양한 투자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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