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출총제 개편안 '제2 금산법'으로 전락할 수도

탈당사태 이후 '당정 합의안' 물거품 위기<br>이달 통과안되면 내달15일 현행대로 발표<br>기업들 "투자계획 다시 짜야 하나" 혼선


한고비 한고비를 어렵게 넘어왔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개편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지난주 말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재벌개혁의 후퇴’라고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출총제 적용 대상 기업집단을 축소하는 내용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안을 마련할 때도 큰 진통을 겼었고, 그 후 당정 협의 과정, 정무위 통과 과정 등이 모두 ‘산 넘고 물 건너’ 식의 온갖 갈등을 겪었는데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해당 부처나 기업들의 당혹감은 클 수밖에 없다. ◇통과 가능성 더 낮아져=현재 법사위 소위로 넘겨진 출총제 개편안은 이번 임시국회가 6일 끝나기 때문에 5ㆍ6일 이틀간 법사위 소위는 물론 전체회의ㆍ본회의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당정협의안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출총제 개편 정부안 자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지난 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정부에서 요청하고 있는데 가급적 오늘 의결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 등은 “정무위에서 이 법이 처리된 후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난리가 났다”며 “열린우리당이 출총제 처리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소위로 회부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소위로 회부됐다. 출총제 개편안을 둘러싼 국회의 진통은 어느 정도 예견은 됐다. 지난해 당정 협의 과정에서도 일부 반대의견이 개진됐고, 그 뒤 일부 의원들은 독자적인 출총제 개편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내놓기도 했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의 정책위의장은 물론 주요 정조위원장들이 탈당을 하면서 ‘당정합의안’이 물거품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걱정은 했지만 (탈당사태로)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법 조문 등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지적했다. ◇‘출총제 대상 번복ㆍ기업투자 전략’ 혼선=출총제 개편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책 번복에 따른 혼선이 불가피하다. 먼저 정부는 현행 제도를 가지고 4월15일 ‘출총제 적용 기업집단’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처럼 자산 6조원 이상 기업집단 내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할 경우 14개 그룹, 343개 계열사가 출자제한 기업으로 편입된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출총제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대상 기업은 6개 그룹, 22개 기업으로 크게 줄어든다. 여기서 예상되는 문제는 2가지다. 먼저 4월부터 출자 혹은 투자계획을 갖고 있던 기존 출총제 대상 기업의 계획은 상당 시간 연기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출자를 통해 인수합병(M&A) 등을 계획하고 있던 기업의 경우 출총제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총제 대상 기업의 번복은 차치하더라도 출총제 개편안 자체가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크다. 당정 협의 등의 과정을 거쳤지만 선 의원의 지적처럼 여전히 열린우리당의 안이 단일 안으로 마련되지도 못한 상태고, 또 시간이 지날수록 당정합의안의 구속력도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논의가 길어질수록 출총제를 둘러싼 논란만 확산돼 제2의 금산법(금융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법률) 신세가 될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솔직히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출총제 대상 번복보다는 논란 확산으로 (입법 과정에서 4년째 표류 중인) 제2의 금산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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