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유통업체들의 '퍼주기' 경쟁

신경립 기자 <생활산업부>

“선물세트가 다른 업체보다 비싸면 10배까지 보상해드립니다.” “5만원어치 선물을 사면 경품으로 500만원 드립니다.” 썰렁한 추석 경기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유통업체들의 ‘퍼주기’ 경쟁이 한창이다. 연휴가 사흘밖에 안되는 올 추석. “명절 기분이 안 난다”는 대부분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탓인지 유통매장의 선물세트 코너에서는 소비자들의 한산한 발걸음 속에 업체들의 판촉만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소비자 현상경품 한도액인 500만원짜리 상품이 잇달아 내걸렸다. 롯데백화점은 하루 5만원 이상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귀향여비로 최고 500만원까지 증정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현금당첨 고객 수는 총 1,000명. 경품으로 제공되는 여비는 총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5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최고 500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막판 판촉행사에 돌입했다. 상품권 증정 사은행사는 추석 시즌 백화점업계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할인점에서도 올 추석에는 ‘파격’ 행사가 눈에 띈다. 한국까르푸의 경우 전단지에 실린 추석세트가 다른 할인점보다 비쌀 경우 차액의 10배까지 보상해주는 행사를 지난 9일부터 시작했다. 동일 상품, 동일 규격에 10㎞ 이내 거리의 매장이어야 한다는 세부조건들이 따르기는 하지만 10배라는 보상규모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던 수준. 구입물량에 따라 덤으로 선물세트를 더 주는 행사는 지난해 할인점에서 백화점으로까지 확산된 데 이어 올해는 백화점에서도 7세트를 사면 한 개를 더 주는 ‘7+1’, 심지어 ‘5+1’까지 늘어났다. 지난해보다 오른 추석 장바구니물가 때문에 가뜩이나 지갑 걱정이 앞서는 소비자들에게는 한푼이라도 저렴한 선물이 반가운 일. 하지만 지나친 과열경쟁은 과거 백화점의 세일과 사은행사 남발과 같은 ‘가격 불감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듯하다. 경품으로 움직이는 소비자들은 다음 명절 때는 올 추석보다 강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지갑을 열 것이다. 최고 한도의 현금과 최저가격 10배 보상의 맛을 본 소비자들에게 다음 명절에는 또 얼마나 독한 ‘사탕’이 주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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