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자니윤 블랙홀


국내 관광산업의 한 해를 정리한 지난 17일 한국관광공사의 국정감사 현장은 단 하나의 이름이 지배했다. 바로 윤종승(79)이다. 우리에게는 코미디언 '자니윤'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오전10시 첫 질의자로 나선 조정식 의원이 윤씨가 임명된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직에 대한 자격 적절성 여부를 제기했고 자정을 넘긴 18일 오전0시27분 설훈 위원장도 '훈계' 조의 마지막 발언에서 윤씨의 사퇴를 요구했다.


윤씨는 올해 8월 관광공사의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관광업계를 어리둥절하게 한 인사였다. 유명한 코미디언인 윤씨가 '관광'과 어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오히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공로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해석이다. 감사에 대한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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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지난 지금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광업계의 평가는 떨떠름 그 자체다. 유명인사가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좋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다. 홍보대사나 아니면 관련 기관 경영자라면 모를까 업무와 회계를 관리감독하는 감사라니… 어처구니없다는 목소리다. '관광'은 누구나 건드릴 수 있다는 식으로 희화화되는 것이 더 문제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앞서 관광공사 노조는 '보은인사의 끝판왕'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앞으로의 관광산업이 더 문제다.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은 올 4월 사장으로 임명된 후 충실히 업무를 수행해왔고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격 문제에서 윤씨와 같이 묶이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도 의원들의 시선이 윤씨에 쏠리면서 정작 관광산업에 대해서는 초점이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관광공사를 포함한 이날 국감 대상인 콘텐츠ㆍ문화예술ㆍ관광 관련 16개 기관의 장들 가운데 유독 변 사장에만 엄격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편견이 집중되기도 했다. 윤씨는 이날 유일한 국감 증인으로 참여했다. 그가 증언한 오후6시 이후부터 국감이 끝날 때까지 아예 윤씨의 독무대였다. 그를 반대하는 야당, 옹호하는 여당이 설전을 벌였다.

윤씨가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그렇게 필요한 인물인지, 다른 것을 모두 희생하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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