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 집착하다 성장 놓칠수도… 경제운용 기조 재검토해야"

■정부 거시정책 어떻게 되나<br>"아직 대책 낼 단계 아니다"<br>물가ㆍ성장 병행 기조 유지속 상황 악화땐 추경 편성할 듯

“세계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합니다.”(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가급락 및 환율 변동성 확대로 소비ㆍ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세계경기 둔화ㆍ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우리 정부와 통화 당국도 거시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세계경기 둔화나 침체가 현실화되면 재정집행을 확대하거나 금리 동결ㆍ인하 등을 검토해볼 수 있지만 미국이 제3차 양적완화를 실행할 경우 국제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정부로서는 물가관리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잡겠다는 기존의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미국발 쇼크 장기화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경우 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관리’에서 ‘성장중시’로 옮길 가능성도 엿보인다. 재정부가 9일 발표한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및 대응’에서 “현재의 정책 기조를 견지하되 국내외 여건 변화를 면밀히 점검,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대외 여건에 따른 거시정책의 점진적 변화 여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한층 악화할 경우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시행이 점쳐진다. 다만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 때도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라는 전제가 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한 재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발표할 세제개편안에서 불필요한 세수감소를 유발하는 일부 세제감면 조항은 축소하고 내년도 예산안 마련시 불요불급한 지출요소는 과감히 삭감하는 조치를 선행할 것으로 보인다. 즉 ‘선재정건전성 확보→후 적극적 재정 집행’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적극적 재정을 펴더라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필요성이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겨놓았지만 “아직 그 정도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도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주식시장은 전세계적 증시하락의 영향으로 떨어졌지만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보여주는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지금은 대책이 나올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화 당국의 경우 지난해부터 점진적 인상 기조를 이어왔던 기준금리의 방향성을 재고할 수도 있다. 한은의 이날 보고서가 국제금융시장 불안 장기화를 전제로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도 물가의 방향성에 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맥락이다. 다만 한은의 금리 방향성은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 정책 실행 및 그에 따른 국제 인플레이션 압력 대두 여부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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