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잘나가던 한국차 '날벼락'
현대차에 이런 일이…특근 중단탓에 물량 달려 미국 점유율 하락공급 원할치 못하면 치명적 내상 입을 수도
특파원 leejk@sed.co.kr
맹준호기자 next@sed.co.kr
현대자동차의 국내 공장 특근 중단이 길어짐에 따라 미국 시장 물량 부족에 따른 판매 기회손실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량 부족이 가중되면 자칫 치명적인 내상을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생산 확대보다는 제값 받기에 치중하자"는 기조 아래 수년째 설비증설을 꺼리고 있지만 미국 내 일선 딜러점들은 "매장에 재고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많다"며 물량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법인 사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국제오토쇼에서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 실적보다 3만대 이상 늘어난 73만4,000대 선이지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8%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성장세에 충분히 대응할 만한 물량 투입이 어려워 판매 확대가 제한되고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이 크라프칙 사장의 예상치보다 더욱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차의 휴일 특근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이 대미 수출 여력을 더욱 제한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달 4일 주간연속2교대를 전격 시행하면서 특근에 대한 노사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현재까지 특근이 중단된 상태다. 특근 하루치 생산량은 약 6,800대이며 이달 9일ㆍ16일ㆍ23일에 특근을 못하고 30일도 특근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월에만 2만7,000대 이상 생산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품의 수출 비중은 65% 정도이며 이 중 3분의1은 북미 시장으로 나간다. 그리고 국내 공장의 생산 차질은 대략 45일이면 미국 일선 딜러점의 재고 부족으로 이어진다. 현대차는 '쏘나타' '싼타페'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일부를 미국 현지에서 만들고 '제네시스' '벨로스터'를 비롯한 나머지 모든 차종은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어 국내 공장 생산 차질은 미국 시장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장세를 보이는 북미 시장의 물량 부족이 가장 심각하지만 유럽 등 다른 시장도 재고가 부족해 미국에 수출 물량을 몰아줄 수는 없다"면서 "특근 중단 사태가 길어질 경우 미국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근을 둘러싼 현대차 노사의 의견 차이는 상당히 복잡하게 꼬여 있다. 과거 주야2교대 때는 한 조는 쉬고 또 다른 한 조가 오후5시부터 다음달 오전8시까지 일하는 '0+14' 형태 특근을 했고 시급 할증률은 평일 근무 대비 239%였다. 심야근무이므로 작업속도가 느리고 휴게시간도 길었다.
그러나 사측은 주간연속2교대 도입에 따라 특근 또한 평일과 똑같이 두 조가 8시간과 9시간씩 일하는 '8+9' 형태로 바꾸고 작업속도와 휴게시간도 평일 수준과 같게 맞추자고 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시급 할증률을 앞조는 253%, 뒷조는 258%로 상향하고 작업속도 등 세부사항은 별도로 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경쟁력을 회복한 일본 브랜드들이 유리해진 환율조건까지 등에 업고 미국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면서 "현대차 노사는 하루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욕=이학인
◇미국 시장 점유율(단위:%)
2011년 2012년 2013년 1~2월 현대차 5.1 4.9 4.5 도요타 12.9 14.4 13.8 혼다 9.0 9.8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