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수태 이노비즈협회 회장

"대기업이 제발로 中企찾게 해야 진정한 동반자 자리매김"



中企가 특화된 기술력 갖추면 동반성장 근원적 해결도 가능
이노비즈, 기업군중 성과 탁월… 중소기업 성장 모델로 삼아야 글로벌 강소기업 도약 위해선 맞춤형 통합지원 프로그램 필요
원활한 자금조달·동기부여위해 코스닥 상장 요건 완화해 줘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근원적 처방은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특화된 기술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대기업에서 꼭 사야만 하는 제품을 만들어 제 발로 찾아오도록 만든다면 중소기업은 당당한 협력업체이자 고마운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이수태(50ㆍ사진)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 회장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동반성장에 대해 "일방적으로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요구와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의 위원으로 몸담고 있는 이 회장은 "양자가 장기적으로 상호 필요성을 기반으로 화학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장논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이 대목에서 태양광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중견 업체인 미리넷솔라의 사례를 들었다. 미리넷솔라의 경우 일찍이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덕택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핵심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수시로 한국까지 찾아와 상담 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어디까지 동반성장의 범위를 둘 것인지를 기업들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로 경제가 유지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영업 및 경제활동에 주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협력해나가는 게 좋다"고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예비중견기업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회원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추는 한편 인력과 네트워크, 연구개발(R&D), 글로벌 마케팅을 묶은 통합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그의 복안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R&D나 판매ㆍ인력 등 기업경영의 각 자원과 단계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유기적 지원체계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즉 기업이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면 판매처를 공급해주는 것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지원과 R&D 자금지원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주변여건을 갖춰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예비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자면 기업의 형태와 자원구조의 순환과정을 파악해 맞춤형 통합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지원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노비즈 기업들이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신기술개발과 판로 개척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협회는 기업들이 1,000억~2,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처럼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과 글로벌 공략을 역설하고 있는 것은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파워를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분야에만 30년간 매달려온 그는 "현재 아시아의 산업 경쟁력을 살펴보면 한국산이 일본보다 10% 싸더라도 기술력을 보고 일본 제품을 쓰고 중국 제품이 한국산보다 10% 싸면 가격을 보고 중국제품을 구매하기 마련"이라며 "조선 분야만 하더라도 도면제작능력 등은 유럽이 모두 가지고 있어 일감이 중국으로 몰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기업들의 R&D 투자는 정말 부족하다"며 "국내 제조업체가 가야 할 길은 결국 디자인과 R&D"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예비중견기업들의 모임인 이노비즈협회에 무한한 애정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이노비즈 기업은 여러 기업군 가운데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노비즈 기업이 이제 일반 중소기업의 성장 모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노비즈 기업과 같은 고성장 기업은 비즈니스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신규일자리 창출능력이나 생산성, 다른 산업의 파급효과 등이 크다"며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성장경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이노비즈 기업과 일반 중소기업 간의 경영성과를 비교하면 매출이나 R&D 투자, 영업이익률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균 3배가량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며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선정한 한국형 히든챔피언 34개 기업 중 이노비즈 기업이 24개 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노비즈협회는 지난 19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든 오슬로 매뉴얼(Oslo manual)에 담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모습을 토대로 2001년 탄생한 단체다. 3년 이상 업력에 기술혁신성 등을 평가해 정부의 인증을 받아야 이노비즈 기업이 될 수 있다. 현재 약 1만6,400개의 기업이 이노비즈 인증을 받았으며 약 8,300개 업체가 협회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노비즈 기업의 위상이 실제 성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특히 지방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노비즈가 갖는 영향력이 더욱 낮다고 그는 설명했다. 상징적으로 지방 산업단지에서는 기업이 이노비즈 인증 현판을 자랑스럽게 정문에 달아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 산업현장에서 이노비즈 기업은 일종의 경쟁력 있는 기업의 대명사로 인식돼 지방자치단체나 금융권이 어느 정도의 메리트를 부여하고 있다"며 "반면 서울은 방대하고 업무조정이 힘든 지역적 특성 등으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상남도에서 농협이 1,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이노비즈 기업을 대상으로 업체당 30억원까지 지원하는 등 지방의 경우 특례지원 등이 활성화돼 있다. 이 회장은 대담 중 '이노비즈 위상강화'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협회 위상강화는 글로벌 강소기업 성장인프라 구축 등과 함께 그가 취임하면서 내건 협회의 올해 세 가지 비전 가운데 하나다. 이 회장은 그 방법으로 이노비즈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동기부여를 위해 코스닥 등록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벤처기업은 코스닥에 등록할 완화요건이 있지만 이노비즈는 아직 없다"며 "정부에서도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해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이노비즈 기업의 법적인 근거를 확보하는 것도 올해 주요 과제다. 이 회장은 이노비즈 기업이 기업공개나 자금지원ㆍ세제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필수정책수단이 법적 토대로 구축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 기업의 경우 벤처특별법이 있지만 이노비즈 기업은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에 협회설립 규정만이 있을 뿐 구체적인 세부지원을 위한 법적 토대가 없다"며 "세제지원이나 R&D지원, 법인세 감면 등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육성책을 마련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20년간 우직함으로 조선부품 제조 외길
■이수태 회장은 이수태 회장은 지난 1991년 현대산기를 창업해 이제 1,200억원대의 매출을 바라보는 중견 조선부품업체를 이끌고 있다. 현대산기는 2006년 이후 한 해 평균 200% 가까운 고속성장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출확대를 이루기 전 이 회장은 매출 100억원 고지에 올라서기까지 꼬박 15년을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직함이 바로 이 회장의 최대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가 평소에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바도 바로 신뢰와 정직이다. 그는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바라보면 전체가 그르치게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인재상에도 이 같은 성향이 반영돼 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에는 정직한 사람이 오히려 더 좋다는 것이다. 그는 "믿지 않으면 채용을 하지 말고 한번 채용했으면 끝까지 믿고 맡겨야 한다"며 "경영자의 역할은 직원들이 자기 자리에서 정직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에 주 사업장을 두고 있는 이 회장은 협회장 취임 이후 사실상 신규영업은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던 문제인 만큼 그는 애초 협회장 자리를 고사했다. 하지만 결국 회장직을 수용한 후 이 회장은 일주일에 이틀가량은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머슴이 논을 10바퀴 도는 것보다 주인이 1바퀴 도는 게 낫다"며 "협회와 회사 경영을 병행하려면 10시에 들어가 새벽 1시에 결제하고 퇴근을 하더라도 둘 다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을 맡은 바에야 신뢰가 가게끔 처리한다는 그의 지론을 실천하는 셈이다. 그가 이노비즈협회장직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사실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일종의 환원의식 때문이다.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며 익힌 기술이 창업의 바탕이 되고 이후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경제상황에서 기업단체의 역할이 크다"며 "이노비즈 기업이 위상을 인정받고 경제에 기여하도록 재임기간 동안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1961년 경북 영양 ▦1981년 쌍용중공업(현 STX엔진) 입사 ▦1991년~ 현대산기 대표이사 ▦1998 진주산업대 경제학과 ▦2007년 창원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2007년 모범중소기업인 국무총리표창 ▦2008년~ 경남조선기자재협동조합 이사장 ▦2009년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수석 부회장 ▦2010년 경상남도 중소기업대상 ▦2010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2011년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
"中企인재 빼가기 대기업 자제해야"
3~5년차 R&D 인력난 심각
"올 일자리 4만개 창출할 것"
이수태 회장은 현재 중소기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로 인력 문제를 꼽고있다. 이 회장은 "현재 중소기업계는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외주에 의존해야 하는 등 인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특히 3~5년차 젊은 대리ㆍ과장 급 인재가 기근"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중소기업 인력부족 문제가 대기업의 인력채용 행태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기업이 인력채용 측면에서도 동반성장 의지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사실상 개인적인 취업이나 직업자유를 통제할 수는 없다"며 "결국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력을 데려가는 것을 자제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당부했다. 이노비즈협회도 올해 중요과제로 '인력'과 '일자리'에 높은 비중을 두고 추진한다. 협회는 이노비즈 기업의 인재육성 등을 위해 20개가량의 교육과정을 외부단체와 협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다. 이노비즈 기업들은 이를 통해 생산기술이나 공정관리ㆍ영업 등 각 분야의 무료교육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임직원 해외연수도 받을 수 있게 된다. 협회는 아울러 정규직 일자리 창출 사업에도 적극 나선다. 협회는 지난해 일자리 창출 캠페인을 통해 이노비즈 기업에서 총 3만2,0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는 기업당 평균 1.7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특히 2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지난해 평균 23.4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올해 목표를 더 높여 총 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도전에 나섰다. 협회는 청년인턴제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1사1인 채용캠페인, 채용박람회 지원 등으로 기업당 지난해 성과를 뛰어넘을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이노비즈 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다양한 기업군 가운데서도 단연 두드러진다"며 "올해 역시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이노비즈 기업의 인력육성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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