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판 론스타' 등장할지 주목

■ 국내 사모펀드도 해외 부실기업 인수 허용<br>정부, 해외투자 활성화로 환율안정·유동성 감소기대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매각으로 5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법으로는 론스타에 세금을 매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미국에 본사를 둔 론스타가 외환인수 당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을 활용해 무려 7단계에 걸친 인수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반외자정서’가 급속도로 퍼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들의 수법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정부가 18일 내놓은 ‘해외 M&A 활성화 추진방안’은 토종 사모투자펀드(PEF)가 론스타처럼 해외 부실채권 인수나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이다. 세계적 PEF인 블랙스톤이나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등과 같은 대형 사모펀드가 국내에서도 등장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해외투자 활성화로 달러를 해외로 내보냄으로써 환율 안정과 시중 유동성 감소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PEF에 대해 역외 투자만 규제를 완화해 ‘반쪽짜리’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을 마음 놓고 헤집고 다니는 해외 PEF와 달리 국내 PEF의 국내 투자는 여전히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 의도와는 달리 역차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해외 부실채권 인수 길 열어=현재 M&A 시장은 거대한 투자자금을 활용한 사모펀드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모펀드에 관여한 M&A 거래액은 지난 2002년 980억달러에서 2006년 상반기에만도 2,520억달러에 달했다. 전세계 M&A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6%에서 13.9%로 늘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해외직접투자가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형 투자로 이뤄진 실정이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107억달러 중 해외 M&A는 9.2%에 불과했다. 특히 사모펀드의 해외 M&A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PEF를 규제하고 있는 현행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하 ‘간투법’) 시행령은 국내 금융기관 등이 채권자인 부실채권에는 지분투자를 전제로 투자할 수 있지만 해외부실채권에 대해서는 투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실채권의 경우 리스크는 크지만 투자이익이 매우 높고 외국 PEF의 경우 별다른 제한이 없으므로 해외부실채권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간투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분투자를 전제로 한 국내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허용과 같은 차원에서 해외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M&A 활성화에 전방위 지원=이번 조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재벌들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중 간투법과 공정거래법을 고쳐 해외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하는 PEF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출총제의 취지상 국내 회사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만을 위한 PEF에 대해서는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업계의 입장 등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대기업이 PEF에 참여할 경우 기업결합신고의무를 완화하기로 했다. PEF는 실질적 책임을 부담하는 업무책임사원(GP)과 지분투자만 하는 LP로 구성되는데 단순한 지분 투자만으로도 신고를 의무화하는 관련 고시는 개정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또 해외 M&A 활성화를 위해 금융ㆍ세제 지원, 인프라 구축, 해외직접투자 절차 완화 등에도 나선다. 하반기 중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해 수은의 해외 M&A 관련 외국인 앞 채무보증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한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해외 M&A 자금조달을 위한 채권발행시 수은의 보증을 허용해 신용보강 조치를 통해 개도국 위험에 노출된 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참여를 촉진하고 기업의 조달비용을 덜어주기로 했다. 기업의 적극적 해외 진출을 위한 세제 혜택으로는 간접외국납부세액 공제제도의 적용범위를 외국손회사(지분율 20% 이상)로부터 받는 배당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간접외국납부세액 공제가 적용되는 외국 자회사의 범위를 조세조약 반영 여부와 상관없이 의결권 주식 20% 이상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반쪽짜리 규제완화” 비판도=이번 조치에서 아쉬운 점은 역외 SPC에 대해서만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PEF에 다양한 투자 기회를 주기 위해 다단계 역외 SPC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투자할 때는 포트폴리오 투자 5% 이상 금지, 타회사 지분 10% 이상 출자 금지, 자기자본 200% 범위 내 차입 규제, 출자자 제한 규정 적용배제 등의 자산운용 관련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완화는 국내 투자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또 역외 SPC 투자 자금이 국내로 역류해 관련 규제를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임병철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우리 국내 PEF들이 아시아를 포함한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외 PEF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PEF에 대한 국내 투자 규제도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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