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의 진가는 고비에서 더욱 돋보였다.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타자나의 엘 카바예로C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오피스디포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2타차 단독선두로 경기에 들어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9번홀(파4)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며 인접 홀 관람객 스탠드 아래에 떨어졌다.
벌타 없이 드롭을 했지만 스탠스를 취하기 곤란한 지역인 데다 그린 앞쪽 으로 워터해저드가 가로놓여 핀을 직접 노릴 수 없는 상황.
물을 피해 그린 오른쪽으로 두번째 샷을 보낸 소렌스탐은 절묘한 칩샷으로 홀에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전반을 오버파 스코어로 마칠뻔했던 위기를 침착하게 모면하며 2타차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13번홀까지 제자리걸음을 하던 소렌스탐에게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다.전날까지 합계 1오버파에 그쳤던 무명의 애실리 번치(미국)가 코스레코드를 3타나 줄인 7언더파 65타를 쳐 공동선두에 오른 것.
그러나 이전까지 최종 라운드에 선두로 나선 37개 대회에서 25차례 우승컵을 안은 ‘역전불허’의 뒷심은 역시 무서웠다. 14번홀(파4)에서 3㎙ 가 까이 되는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자 먼저 경기를 마친 뒤 방송 중계석에서 인터뷰를 하던 번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승을 직감한 소렌스탐은 16번홀에서 다시 1타를 줄여 기세를 올린 뒤 17번홀 버디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2위 번치에 3타차 완승을 거뒀다.
대회 2연패를 이룬 소렌스탐은 이로써 94년 투어 데뷔 이후 10년3개월 만에 LPGA 역사상 6번째로 통산 50승 고지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 3차례 출전에서 2승을 따낸 그는 우승상금 26만2,500달러를 받아 상금과 다승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독주를 예고했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 을 때 50승은 꿈도 꾸지 않았다”는 그는 “의식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번에 우승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미현(KTF)은 한국 자매들 가운데 유일하게 10위 내에 올라 ‘코리언 파워’의 체면을 유지했다. 1, 2번홀 버디로 기분 좋게 출발한 그는 안정된샷으로 여러 차례 버디 기회를 만들었지만 까다로운 그린 탓에 3타를 줄이 는 데 그쳐 올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4위(4언더파 212타)를 차지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김미현은 올해 4개 대회에서 3차례 ‘톱10’에 입상하며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입증했다. 박세리(CJ)와 박지은(나이키골프)은 각각 공동13위와 공동1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타자나(미국 캘리포니아주)=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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