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함으로써 지난 9월 0.5%포인트 인하와 함께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둔화 억제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고 이에 연내에는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아울러 FRB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이후 경기침체 가능성을 방관하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 미국 경제가 3ㆍ4분기에 3.9%의 견조한 성장을 달성하고 국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가운데 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금융시장에 질질 끌려다닌 탓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아울러 비판자들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앨런 그린스펀 전임 의장에 비해 시장과 적절하게 조율하지 못한 채 미숙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FRB는 성명서에서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초래될 수 있는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경제 확장의 속도는 주택경기 침체를 반영해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경색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9월18일 단행한 금리인하 배경과 비슷하다. 다만 9월에 비해 금리인하 폭이 작은 만큼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한 표현의 강도는 훨씬 낮아졌다. FRB는 지난 3ㆍ4분기 경제성장은 탄탄했고 금융시장 불안도 다소 완화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로 오는 12월 중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일단 사려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FRB도 성명서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강하게 예고했다. 성명서는 “최근 유가와 상품가격 상등이 인플레 압력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인플레 상승과 경기둔화 위험이 거의 균형을 이룰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신용경색의 충격과 주택시장 침체의 영향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4ㆍ4분기의 경제 성장률이 3ㆍ4분기보다 떨어지더라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단행한 0.75%포인트 금리인하로 신용경색발 경기침체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는 다했다고 FRB가 판단한 것. FRB가 “인플레 위험이 남아 있어 이를 주시하겠다”며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두 번씩이나 표명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단순히 ‘인플레 진전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의례적인 표현을 넣었던 9월 FRB 성명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토머스 호에니그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가 금리인하에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인플레를 우려하는 FRB 내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금리인하는 다음 번에 좀 더 큰 폭의 인하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전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FRB가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을 중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일 뿐 앞으로 물가안정에 매달리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다. 주택경기발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고 신용위기가 끝난 게 아닌 만큼 앞으로 성장과 물가지표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