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T, 비씨카드 지분 인수 불구 경쟁 카드업체들 '느긋'

"결제 프로세스 비중 커 신규진입 걱정거리 안돼"

"KT가비씨카드 경영권을 쥔다고해서 카드사와 통신사가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한 대형카드사 관계자)


최근 우리은행이 비씨카드 지분 27.65%중 20%가량을 KT에 넘기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지만 정작 카드사들의 반응은 느긋하다. KT가 우리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면 추가로 신한카드도 비씨카드 지분을 KT로 넘길 것이 유력하다. 이에 앞서 신한카드는 "KT가 비씨카드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우리가 가진 지분도 넘기겠다"고 KT측에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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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일각에선 우리카드를 겸영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신한카드가 의외로 순순히 KT라는 거대 자본에게 카드시장 진입의 길을 터준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KT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조5,240억원, 자본금은 올해 3월말 1조5,645억원이다. 카드업계 1위사인 신한카드(올 3월말 자본금 6,268억원)조차도 규모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은행이나 신한카드측은 KT와의 경쟁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KT가 비씨카드를 경영하더라도 카드사들의 본업인 '카드 회원사업'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사의 한 핵심 임원은 "KT가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할 때 카드 회원 사업은 벌이지 않고, (카드매출전표 관리 등의) 카드결제 프로세스 관리사업만 하기로 했다"며 "실제로 비씨카드도 회원사업보다는 카드프로세스 사업과 같은 부수사업의 업무비중이 더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KT가 만약 카드회원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경쟁카드사들이 비씨카드의 결제망 등을 더 이상 쓰지 않고 농협(채움카드)의 결제망을 이용하겠다고 이탈할 수 있어 비씨카드의 밥줄이 끊기게 된다"며 "KT가 비씨카드의 생사를 걸고 이런 모험을 감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은 우리은행이나 신한카드가 KT와의 지분 매매협상과정에서 오히려 통신ㆍ금융 융합서비스 협력 등의 과실을 따먹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물론 KT가 카드사들의 예상을 깨고 카드회원사업 시장까지 침범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금융당국의 인ㆍ허가 장벽을 넘을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이미 주요 대형카드사들이 1,000만명대의 회원을 확보해 시장이 포화지경인 상황에서 KT가 후발주자로 진입해서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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