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당첨자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막기 위해 부활한 ‘채권입찰제’가 오히려 민간 분양가와 주변집값 상승을 부추기는‘연결 고리’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도시 지정으로 개발기대감에 부푼 주변지역 집값이 오르고 또 오른 집값의 90%로 분양가가 책정돼 또다시 집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판교에 비해 인기가 크게 떨어져 채권입찰제가 필요 없을 것 같던 파주 신도시에서도 ‘주변 집값 급등→채권입찰제에 따른 분양가 상승→집값 상승 고착화’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4일 건설교통부와 대한주택공사ㆍ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분양 예정인 파주 신도시의 중대형 주택은 채권입찰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파주 신도시에서 지난 21일 첫 분양에 나선 한라비발디 아파트가 평균 1,297만원의 높은 분양가에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고 주변 파주 교하지역의 아파트값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분양가 상한제와 채권입찰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파주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는 판교와 마찬가지로 실질 분양가를 주변지역 시세의 90%에 맞추는 선에서 채권매입 상한액을 결정하게 된다. 주변 집값이 오르면 분양원가와 관계없이 실질 분양가도 따라 오르는 구조다. 건교부는 파주 신도시 중대형의 분양가를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용 등을 합쳐 평당 1,000만~1,100만원 선에서 책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주변시세가 크게 오르면 실질 분양가는 채권손실액까지 합쳐져 더 오르게 된다. 판교 중대형 주택의 경우 원 분양가는 1,300만원대였지만 채권액을 합친 실분양가는 1,800만원대였다. 문제는 판교 중대형이 평당 1,800만원대에 분양된 데 따른 고분양가 후폭풍이 용인을 거쳐 파주 운정의 한라비발디에까지 불어 닥쳤고 이로 인해 파주지역 집값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 운정 신도시의 본격 분양이 임박할수록 집값 상승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인근 교하지구 40평형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8월 평당 725만원에서 올해 8월 958만원으로 무려 228만원이나 오른 데 이어 9월 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입찰제가 적용될 1년여 뒤에는 주변 시세가 한라비발디의 분양가에 근접해 결국 운정 신도시의 중대형 전체가 한라비발디 분양가를 뒤좇고 주변 집값과 민간 분양가가 다시 운정 신도시 분양가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라비발디가 접수 첫날 1순위 마감에 성공하며 “분양가가 여전히 비싸다”는 정부의 경고를 무색하게 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운정 신도시의 경우 채권입찰 기준 시세를 어느 곳으로 할 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고 채권입찰 자체가 불필요해질 수도 있지만 집값 상승의 악순환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공공택지 분양가가 높아지면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채권입찰제가 집값 상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설사 당첨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다소 커지더라도 ‘시세의 90%’라는 채권입찰제의 기준 자체를 낮추는 등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용인 흥덕지구의 경우 택지공급시 적용됐던‘분양가-채권입찰 병행제’가 비슷한 입지의 다른 택지나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를 낮춤으로써 투기과열 문제를 초래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