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해현장 제대로 읽자

어느 해나 9월을 넘기면 태풍걱정이 사라진다. 고운 가을에 넋을 빼앗기기 전에 유별났던 2002 수해의 교훈을 차분히 정리하고 가자. 급격히 법을 고쳐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한 강릉시 등 여러 곳의 수해 현장은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왜 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인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자연은 인간의 만족과 편익을 위한 정복ㆍ개발 대상이라는 서구의 근대화론적 가치관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 이번 수해는 엄중한 경고다. 앞으로는 자연의 이용에 있어서 과학과 철학의 융합ㆍ조화를 의사결정이나 집행기술에 반영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관계 전문가들의 종합적 참여 없이 선을 긋기만 하면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는 일부 권위주의적 계획가ㆍ행정가들의 오만은 어떤 이유로도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입지ㆍ환경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없이 직강공사를 해 하천의 물길을 바꾸거나 제방을 쌓아 경지를 확보하는 등의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둬야 한다. 물길은 물이 내는 것임을 수해현장은 똑똑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산불을 내거나 토질ㆍ암반 분석 없이 임도를 건설하는 등 산에 생채기를 내는 일을 삼가야 한다. 숲이 우거진 골짜기에 큰 사태가 난 것은 적지적수(適地適樹)의 조림ㆍ영림을 제대로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국가의 주요 기간시설인 도로ㆍ통신ㆍ전기ㆍ상하수도ㆍ급유ㆍ가스 시설을 토지 값이 싸다고 하천 부지에 집중시키고 있음도 심각한 문제다. 주요 기간시설은 물론 공단ㆍ시장ㆍ학교ㆍ취락ㆍ주택단지ㆍ군부대 등 제반시설의 입지선정과 재개발ㆍ재건축 등에 대한 사전 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에 철저를 기하고 모든 국민과 기관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실히 따르는 생활문화를 조속히 정착시켜 나가야 하겠다. 지속가능발전은 지구환경ㆍ자연조건을 살리는 범위 내에서 산업이나 개발을 추구하자는 인류적 지혜의 목표 기준이다. 지역ㆍ집단 이기주의나 기관 할거주의를 탈피하고 큰 눈으로 겸허하게 향후 대책을 찾는 시발점을 이번 수해에서 온 국민이 함께 읽자. /이만의<환경부 차관>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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