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여 동시다발 경제민주화에 속타는 공정위

재벌개혁 정책 방향 다르고<br>리니언시 혜택 축소 등은<br>되레 공정위 손발 묶을수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규제, 리니언시 혜택 축소 등 동시다발적인 재벌 개혁 정책을 쏟아내면서 담당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얼핏 공정위에 막강한 공권력을 부여하는 정책들이 될 수 있지만 그동안 공정위가 추구하던 재벌 개혁과 방향을 달리하는 정책이 많고 리니언시 혜택 축소 등 일부 정책은 담합 적발이 주요 업무인 공정위의 손발을 오히려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정치권과 공정위에 따르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최근 금산분리 강화, 리니언시 혜택 제한 카드까지 꺼내든 후 재벌 개혁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정책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집단소송 도입 등에는 공감을 나타내지만 금산분리 강화와 기존 순환출자 금지에는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금산분리 강화는 대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시킬 수 있으며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 들어갈 막대한 비용은 오히려 투자에 써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는 또 새누리당이 최근에 꺼내든 리니언시 혜택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주도자나 수혜자에 상관없이 리니언시 1순위 신고자에게 100%, 2순위 신고자에게 50%의 과징금 감면혜택을 주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담합 행위를 주도했거나 이를 통해 최대 수혜를 받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리니언시 혜택을 전부 또는 일부 제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삼성ㆍLG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실제 담합을 주도하면서도 리니언시를 통해 처벌을 피해가는 사례가 많아 국민의 법감정과 제도가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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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부작용에도 리니언시 혜택 축소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들의 담합 행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혜택을 축소할 경우 주 업무인 담합 적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과징금이 부과된 담합 사건 중 리니언시제도를 활용한 사건은 52%에 달하며 지난해에는 사실상 거의 모든 사건이 리니언시를 통해 적발됐다.

사업가 간 합의로 성립하는 담합의 속성상 '주도자'나 '최대 수혜자' 개념이 성립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공정위의 고민거리다. 사건마다 주도자나 최대 수혜자를 판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사건 처리 시간도 마냥 늦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주도자에 대한 과징금 감면 배제 제도는 미국ㆍ독일ㆍ호주ㆍ그리스 등 4개 국가만 도입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에서도 실제 주도자라고 해서 감면을 배제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주도자에 대해 리니언시 혜택을 없앨 경우 다국적 기업이 한국 경쟁당국에는 리니언시를 하지 않아 국제 카르텔 적발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일부 문제점은 있지만 담합의 예방 효과를 위해서라도 리니언시 축소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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