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후 미 정부 내에 대북정책을 두고 심각한 이견 대립이 있었으며 이런 갈등으로 내년에도 북한 핵 위기 해소에 많은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지난해 북한 대표들과 3차례 만났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ㆍ태 담당 차관보는 국가안보회의(NSC)의 지시 아래 부시 정부 내 고위관리들이 사전에 철저히 검토한 `대본`을 읽는 것에 불과했다”며 “켈리 차관보의 제한적 역할이야말로 대북정책에 대한 미 정부 내의 막후 투쟁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갈등은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전통적인 대립의 양상을 넘어서 북한에 대한 봉쇄 및 고립정책을 옹호하는 비확산 전문가들과 외교적 포용론을 펴는 아시아 지역 전문가들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쪽 편은 북한에 궁극적인 지원과 안전보장, 외교적 혜택을 줌으로써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북한 정권의 전복이나 붕괴를 위해 정치적ㆍ경제적 압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양쪽 모두 부시 대통령의 `축복`을 받고 있다고 믿지만 실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는 측은 작은 정책에서 승리를 얻었을 때조차도 그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문구와 전술이 강경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반대편은 상대편이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보다 유연한 포용 권한을 부여 받은 축복 속에 켈리 차관보는 베이징(北京) 1차 6자회담에서 북한 대표들을 만났다.
북한 대표들은 켈리 차관보에게 4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 때마다 켈리 차관보의 대답은 “돌아가 내 성명을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지역 담당 부차관보,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아시아국장이 지켜보는 데서 켈리 차관보가 더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켈리 차관보가 2차 6자회담에서 읽을 대본은 머지않아 완성되겠지만 많은 사안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며 “아직 대북 안전보장의 형식이나 시기 문제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안전보장의 대가로 북한이 해야 할 의무에 대해서도 이견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