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 소묘화의 가능성과 다양성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미술에 나타난 드로잉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살펴보는 `드로잉의 새로운 지평`전을 9일부터 6월 22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최한다. 드로잉전은 우리나라에서 드로잉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작가들의 창작과정 중에서 어떤 실험적 모색을 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 미술에 나타난 드로잉적 경향을 통해 드로잉의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성을 살펴본다. 출품작가들은 원숙한 자기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50대에서 70대의 작가 48명으로 이들은 드로잉을 작품의 준비 과정으로서 채용하기보다는 창작의 결과 자체로 완성시키고 있다. 이번 출품작들은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나 순간적인 인상의 포착을 넘어 하나의 완성된 조형성을 추구하는 실체로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출품작들은 넓은 틀 안에서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자동기술로서의 드로잉`, `구성으로서의 드로잉`, `표현으로서의 드로잉`등등으로 나뉜다. 첫째 `자동기술로서의 드로잉`이 이번 전시에 가장 큰 흐름을 형성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행위적인 요소가 중시되지만 그보다는 직관에 의한 작가의 고도의 정신성을 느끼게 한다. 이들은 한 번의 붓질로 간결한 필력의 효과를 나타내는 서체적 특징을 보이는 경우와 흘리기, 번지기, 문지르기 등을 통하여 화면의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붓질을 가하는 경우 등이 있다. 윤명로, 이종상, 이철량, 이철주, 송수남, 이건용, 형진식, 심재영, 이수재, 오수환, 홍석창, 이정지, 석란희, 이강소, 김호득, 이길원, 최경한, 이두식 등이 참가한다. 둘째 `구성으로서의 드로잉`은 평면공간으로서의 드로잉과 조형공간으로서의 드로잉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평면공간으로서의 드로잉으로는 윤형근, 최명영, 서승원, 강하진, 이봉열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작품은 물질적인 특성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색을 절제하여 사용하는 등 추상성에 바탕을 둔 정신성을 지향한다. 조형공간으로의 드로잉으로는 이태현, 최만린, 김인겸, 엄태정, 박석원, 심문섭, 박서보, 김봉태, 우제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단순화된 형태를 통해 새로운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표현으로서의 드로잉`에서는 사실묘사보다는 그리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내기 위해 대상을 간결하고 대담하게 표현하거나 자연의 이미지에서 생명의 힘 또는 생명의 전체성을 파악하고 있다. 인간이미지를 표현한 작가로는 서세옥, 임송희, 백순실, 정탁영 등을, 자연렛裡聆譴訣嗤?표현한 작가로는 이왈종, 이양원, 송영방, 김춘옥, 박대성, 박노수, 곽훈, 김종학, 김구림, 하동철, 안병석 등을 들 수 있다. 현대미술에서 이러한 드로잉의 의미가 새롭게 부각된 이유는 1960년대 미니멀리즘과 1970년대 개념미술의 그리지 않는 회화에 대한 반발로, `그린다` 라는 손의 회복이 중시되면서 회화의 근원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러면서 창작의도자체를 중시하게 되었고 과정에 집중하게 되었다. 의도와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은 미술의 본질이 드로잉이라 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이용웅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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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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