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페어웨이·유리판 그린 등 설계자와 치열한 두뇌싸움 기다려
도전·절제·지략·기량 두루 갖춘 최강 챔피언 가리기에 적격
보석처럼 빛나는 코스가 마침내 영롱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10월31일~11월2일)이 열리는 경기 용인의 레이크힐스용인CC는 자존심 센 골프장으로 이름나 있다. 올해로 개장 16년째를 맞은 이곳은 영업이익이라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한 회원 중심 운영으로 높은 '콧대'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일반 골퍼는 물론 프로골퍼들 가운데도 소수만이 라운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곳에서 KLPGA 투어 대회가 열리기는 지난 2006년 레이크힐스 클래식 개최 이후 8년여 만으로 이번이 단 두번째다.
27홀 규모의 이 골프장은 루비·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 보석 이름을 가진 3개의 코스로 조성돼 있다. 이번 대회는 루비·다이아몬드 코스(파72·6,433야드)에서 펼쳐진다. 각 코스는 명칭만큼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보석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설계자와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홀당 평균 6개가 넘는 벙커, 물결치듯 굴곡이 심한 페어웨이, 빠르고 까다로운 그린, 그리고 자연림과 호수의 조합은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난코스라는 평가를 이끌어낸다. '명코스가 명승부를 만든다'는 말처럼 도전과 절제, 지략과 기량을 고루 갖춘 최강의 챔피언을 가리기에 적격인 시험장인 셈이다.
전반적으로는 루비 코스가 어렵고 다이아몬드 코스가 상대적으로 무난하다. 대한골프협회가 평가한 코스 레이팅도 레귤러 티잉그라운드 기준으로 루비 코스가 37.1, 다이아몬드 코스가 36.3으로 1타 가까이 차이가 난다. 코스 레이팅은 핸디캡 0인 골퍼가 평균적으로 낼 수 있는 스코어를 말한다. 1번홀에서 출발하는 경우 전반은 수비적으로, 후반은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루비 코스는 1번홀(파4)부터 티 샷이 쉽지 않다. 내리막이라 그린이 가깝게 보이지만 공략지점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데다 힘이 들어가 왼쪽으로 치면 언덕 너머 숨어 있는 워터 해저드에 빠지기 쉽다. 파5인 3번홀도 만만치 않다. 544야드로 길고 중턱부터는 아래로 기울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
루비 코스의 승부처는 8번홀(파5·530야드·사진)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오르막의 기나긴 페어웨이 위용에 기가 질린다. 그리고 페어웨이 좌우로 표범 무늬처럼 줄지어 흩뿌려진 28개의 벙커에 한번 더 놀란다. 이들 벙커가 숫자 이상으로 더 두려운 것은 오르막 경사 때문에 페어웨이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턱이 매우 높다는 점 때문이다. 무심코 샷을 했다가는 지뢰밭 벙커에 빠지기 십상이고 몇몇 벙커에서는 볼을 옆으로 빼내야 한다. 다이아몬드 코스에서는 난도가 각각 2, 3, 1번째인 1번(파4), 2번(파5), 3번홀(파4)을
조심해야 한다. 이후로는 파4홀들이 길지 않아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샷 정확도가 뛰어난 프로선수들에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은 그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이크힐스용인CC의 그린은 3~4개의 조각을 이어붙여놓은 것 같은 형상이다. 각 조각은 굴곡도 심해 깃대가 꽂힌 조각 위로 볼을 올리지 못하면 버디는커녕 2퍼트로 홀아웃하기도 버겁다. 잔디를 짧게 깎아 스피드까지 높여놓으면 그린에서 잃는 타수가 팍팍 불어날 수 있다.
■ 스위스 산장 같은 이곳은
이 골프장의 명물 중 하나는 클럽하우스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가 설계한 클럽하우스는 뾰족한 지붕과 담쟁이로 덮인 외벽이 동화 속 성이나 스위스 산장의 정취와 품격을 느끼게 한다. 짜릿한 승부, 코스와 클럽하우스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