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 민주화 밑그림 ‘구멍 숭숭’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가 8일 우여곡절 끝에 정부구성의 근간이 될 임시헌법에 서명함으로써 주권국가로 이양하기 위한 첫 단추가 꿰어졌다.임시헌법은 임시정부가 출범하는 7월1일부터 내년 10월15일 국민투표를 통해 항구적 헌법이 승인될 때까지 효력을 갖는 잠정적인 것이지만, 영구헌법의 기본적인 틀을 규정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임시헌법 서명이 “주권국가로 가기 위한 중대한 일보”라고 평가했고, 아랍권에서도 임시헌법이 합의로 이뤄진 데 대해 “만족한다”며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서구식 헌정틀을 모방했다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지만 개인의 자유와 여성의 권리를 보장한, 중동에서 가장 진보된 헌법이라는 데는 아랍권 국가들도 부인하지 않았다. 과제는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예정돼 있는 주권이양 과정을 임시헌법을 토대로 어떻게 소화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임시헌법은 앞으로의 험난한 일정에 분명한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잇단 테러와 시아파의 반대 움직임 등으로 시간에 쫓긴 나머지 “서명하고 보자”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은 어쩔 수 없었으나, 모양새에 너무 의존해 내용에서는 졸속과 부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임시헌법이 등대가 되기는커녕 종족 간 알력을 부추길 불씨를 잉태했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우선 7월1일 출범할 과도정부를 구성할 임시입법기구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미국 군정당국은 선거명부 부재 등 주변 여건을 들어 여전히 18개 주(州)에서 간접선거(코커스)를 통해 주 대의원을 뽑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직접선거를 주장하고 있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장담할 수 없다. 1991년 걸프전 이후 북부 3개주에서 자치권을 행사해 온 쿠르드족의 지위와 연방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모호한 점이 많다. 임시헌법은 자치주 쿠르드족에게 내년 영구헌법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해 영구헌법에서도 자치권을 보장받으려는 쿠르드족의 입장을 반영했다. 시아파는 협상과정에서 이를 묵인했지만, 추후 이 문제를 고쳐가겠다는 입장이어서 분란으로 재연될 소지가 있다. 자치지역의 경계선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라크 치안의 상당부분을 떠맡고 있는 종족별 민병대의 처리문제와 헌법 내에서의 이슬람교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해석차가 있을 수 있다. 현재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등 종족별로 구성돼 있는 민병대는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용인해야 하는 고육책이란 면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종족간 불신과 대립을 바탕에 깔고 있어 안정적인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를 연방차원으로 흡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유일한 법원(法源)이 아닌 `하나의 근거`로 규정했지만, 하나가 어디까지 의미하는지 역시 불분명하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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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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