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10분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이 `다케시마(竹島)의 날' 제정에 항의하며 몸에 불을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종로구 의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도중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 소속 회원 허모(54)씨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온몸에 불을 붙인 채 갑자기 뛰어들었다.
허씨는 불이 붙은 점퍼를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던진 뒤 바닥에 쓰러졌고,경찰은 즉각 소화작업후 인근 병원으로 허씨를 긴급 후송했다.
허씨의 점퍼에서는 허씨의 직장명이 적힌 명함과 일제시대 군인복장을 한 허씨의 아버지를 찍은 손바닥 크기의 흑백사진이 발견됐고, 수첩에는 `태평양 유족회'라고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허씨는 병원에서 "아버지가 일제시대에 강제징집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가했다가일본으로부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폐병으로 1985년께 돌아가셨다"며 "보상금은 커녕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데 울화가 치밀어 분신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허씨가 허벅지 안쪽과 오른쪽 무릎, 오른 손바닥 등 신체의 16% 정도에 3도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며 "피부이식 등 한달 정도 수술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 휘발유를 담았던 통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미리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일본대사관 앞으로 와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는 이날 낮 12시30분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