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US 여자오픈] 14년전 그곳서 "어게인 1998"

박세리 맨발 투혼 빛났던 블랙울프런서 5일 US오픈<br>디펜딩 챔피언 유소연 등 세리 키즈와 영광 재연나서

박세리가 지난 1998년 미국 위스콘신주 블랙울프런GC에서 열린 US 여자오픈의 연장 마지막 홀에서 맨발로 샷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14년 만이다.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가 '맨발 샷' 투혼을 발휘하며 외환 위기로 신음하던 한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했던 바로 그곳에서 US 여자오픈 골프대회가 다시 열린다.

여자골프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67회 US 여자오픈(총상금 325만달러)이 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GC(파72)에서 개막된다.


박세리는 지난 1998년 같은 곳에서 열린 US 여자오픈을 제패해 세계 골프계를 경악하게 했다. 당시 골프 변방이던 한국 출신의 신인 박세리가 그해 맥도널드(현재는 웨그먼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챔피언십에 이어 2개 메이저 대회 연속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특히 US 여자오픈은 역사적인 명승부로 남아 있다. 박세리는 당시 태국계 미국인 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과의 18개 홀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그 후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6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이 대회 역사상 최장 경기(92홀) 우승을 차지했다. 맨발 샷은 18개 홀 연장전의 마지막 홀에서 나왔다. 박세리는 드라이버 샷을 왼쪽 워터해저드 쪽으로 보내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볼이 보였던 상황에서 드롭(1벌타)을 하지 않고 맨발로 물에 들어가 샷을 날린 박세리는 보기를 기록했고 추아시리폰이 4.5m 파 퍼트를 실패하면서 극적으로 연장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우승은 한국 골프 돌풍의 씨앗이 됐다.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신지애와 최나연 등은 이 장면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이른바 '세리 키즈' 세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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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한국 골프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1998년 US 여자오픈 때 단 3명이던 한국인 출전자는 올해 35명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박세리 이후 김주연(2005년)∙박인비(2008년)∙지은희(2009년)∙유소연(2011년)이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박세리는 대회를 앞둔 3일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스포츠를 통해 "14년 전의 긴장감과 설렘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며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정말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느낌"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어려운 코스로 기억되는데 길이가 더 길어졌다고 하니 걱정도 되지만 기대감이 더 크다"며 우승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세리 키즈 세대들도 영광의 재연을 꿈꾼다. 이번 시즌 유선영(26∙정관장)의 나비스코 챔피언십(메이저 대회) 1승에 그치고 있지만 한국 군단은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우승자 유소연(21∙한화)은 각오가 남다르다. 유소연은 올 5월23일 박세리와 함께 블랙울프런GC에 초대를 받아 지금은 벙커로 바뀐 박세리의 맨발 샷 지점에 맨발로 서보기도 했다. 지난해 유소연과의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했던 서희경(26∙하이트), 최근 2개 대회에서 준우승과 4위를 기록한 박인비(24), 에이스 최나연(25∙SK텔레콤), 유선영 등도 '우상의 땅'에서 우승을 노린다. 손가락을 다친 신지애는 이번 대회에도 나오지 못한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23∙대만)의 성적도 관심을 끈다. 지난주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1년여 만에 컷오프의 쓴맛을 본 청야니는 통산 5차례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지만 US 여자오픈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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