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공계 두뇌가 발 못붙이고 떠나는 대한민국

고질적인 이공계 기피현상에 우수두뇌의 해외유출까지 일어나면서 과학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경쟁력 훼손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9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지난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가 4.63으로 조사 대상 60개국 중 37위였다고 밝혔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해외로 떠나는 인재가 많아 국가경제의 피해가 심하고 반대로 10에 가까울수록 인재가 대부분 고국에서 활동해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뜻이다. 2011년 44위, 2012년 49위보다 순위는 상승했지만 여전히 경쟁국가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상위에 오른 국가는 노르웨이(1위), 스위스(3위), 미국(5위) 등이었다.


한국은 연구개발(R&D)에 쓰는 자금의 규모 자체(6위)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2위) 모두 세계적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런 인프라와 상관없이 이공계 우수인력들이 국내 근무와 국내 기업을 기피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R&D정책에 돈만 퍼붓고 정작 우수인력은 해외에 빼앗기는 비효율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가장 큰 원인은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유인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연구환경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일하는 이공계 박사 중 37.2%가 해외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딴 이공계 인재 중 절반 이상이 국내로 돌아오려 하지 않을 정도다.

단순히 R&D예산 규모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장 이공계 인재에 대한 처우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배정비율을 대폭 늘리는 한편 정부는 정부 고위직에 이공계 출신의 비율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공계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가 시급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