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연구개발(R&D)에 쓰는 자금의 규모 자체(6위)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2위) 모두 세계적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런 인프라와 상관없이 이공계 우수인력들이 국내 근무와 국내 기업을 기피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R&D정책에 돈만 퍼붓고 정작 우수인력은 해외에 빼앗기는 비효율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유인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연구환경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일하는 이공계 박사 중 37.2%가 해외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딴 이공계 인재 중 절반 이상이 국내로 돌아오려 하지 않을 정도다.
단순히 R&D예산 규모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장 이공계 인재에 대한 처우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배정비율을 대폭 늘리는 한편 정부는 정부 고위직에 이공계 출신의 비율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공계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