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은행 간) 새로운 짝짓기를 할 수도 있다”고 은행권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 위원장은 또 한국은행이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고 기준금리를 2%포인트 추가로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투자설명회(IR)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은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보수적인 금융기관임에도 지난 수년간 지나치게 확장에만 치중했다”며 “국민의 정부 이후 은행 쪽에 편중된 금융정책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이 대출재원인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간과한 채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린 것도 잘못”이라고 전제한 뒤 “(은행권의 경우) 새로운 짝짓기도 할 수 있다”고 말해 은행 구조조정을 포함, 금융권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의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특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10여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 나왔던 다양한 위기극복 대처방안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외환위기 직후 꺼냈던 정책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임과 동시에 은행들이 기업대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인위적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전 위원장은 또 “한은이 CP를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2%포인트 정도 공격적으로 내리면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해외 사례를 언급했을 뿐 한은의 금리정책 방향을 지적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