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은행이 흔들린다

세계은행(IBRD)이 구조조정 지연과 심각한 내분 사태로 인해 창설 이래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FT)가 14일 보도했다.신문은 세계은행이 2년전부터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데다 제임스 울펜손 총재(사진)와 간부들간의 불협화음까지 불거져나오는 등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에 대한 세계은행의 정상적인 지원활동이 차질을 빚게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달말 워싱턴에서 열리게 될 연례총회에서도 세계은행의 역할에 대한 회원국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질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2년간 「전략적 감축」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 2억5,000만 달러를 구조조정비용으로 책정, 인력 감축과 운영비 절감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은행은 현재 9,000명의 직원중 395명을 잉여 인력으로 분류한데 이어 추가로 250명을 해고하는 한편 향후 2년간 해마다 5,000만 달러의 운영비를 축소할 계획이다. 또 각국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가 세계은행이 요청한 1,330만 달러의 정보기술 예산 배정을 무산시켜 재정기반마저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세계은행이 제공하는 각종 조사자료나 서비스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부서간의 원활한 협조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장기적인 계획 수립도 일상적인 업무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최근 부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은행의 파생 금융상품 투자, Y2K 대응 부족 등을 발표해 물의를 빚었다. 은행관계자는 『지금 세계은행의 업무처리 과정은 최악의 상태』라면서 『모두들 남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데 바쁘다』고 털어놓았다. 더욱이 울펜손 총재와 은행 간부진간의 관계도 갈수록 악화돼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 울펜손 총재가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주창한 「포괄적인 개발구조(CDF)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심각한 이견이 노출됐으며 실무자였던 마리안 호그는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체제가 불안정한 시점에서 세계은행이 장기적인 비전마저 상실한 채 흔들리고 있다면서 새로운 역할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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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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