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으로 한국전력이 몸살을 앓고 있다. 관건은 송변전 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사업이다. 유연탄 등 발전연료 가격이 급등한데다 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전의 지난해 적자는 2조원대로 불었고 결국 한전은 지난해 11월 '지중화 사업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이에 반발, 소송으로 비화된 상태다.
전력선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는 거리에 전봇대를 없애 미관이나 토지이용을 효율화하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통상 설치비용이 지상 전봇대의 10배 수준이다. 가령 지상 전봇대의 경우 1㎞당 약 1억원의 비용이 소요된 반면 지중화 방식의 경우 평균 1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지중화는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선로가 지하에 매설돼 있어 고장이 날 경우 발견이 어렵고 고장복구에도 장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전봇대 외에 전봇대를 연결하는 전선 아래의 점용료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민사소송을 제기해 오는 12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첫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일단 강남구 도곡동과 노원구 월계동 등 두 곳에 대한 부당이익금 37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청구했지만 승소하면 나머지 지역에도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전체 소송금액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소송 이외에 다른 한편으로 올해 지중화 사업에 들어갈 815억원을 먼저 부담하고 한전이 사후에 정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한전은 서울시의 요구에 응할 경우 다른 지자체도 일제히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