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업체 '달러투매' 현상 확산

당국 시장개입 의사 불구 2억弗 이상 팔아<br>원·달러 환율 1,103원…7년만에 최저로<br>"하락이 대세, 장기적 1,000원 붕괴" 전망도

국제적으로 달러 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외환시장에서 수출업체들을 중심으로 ‘달러 투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외환시장에서는 오전 중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있었지만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쏟아지면서 환율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중 나온 수출업체의 달러 매물만도 2억달러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주도권은 수출업체들이 쥐고 있다”며 “이처럼 업체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환율하락을 부추겨 ‘제살 깎아먹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율(달러 값)이 계속 내려가는데도 불구하고 달러를 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추가 달러 약세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날 LG투자증권은 “지난 80년대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일본에 엔화 절상을 요구했던 것같이 미국이 위앤화 절상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미국의 대 아시아 통화절상 압력은 몇 년간 이어져 장기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은 1,000원 아래를 맴돌던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 과장은 “환율이 장기적으로 1,000원을 밑돌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달러 약세에서 비롯된 만큼 유럽ㆍ일본ㆍ한국 등 주요국들이 동반 개입하지 않는 한 한국만의 시장개입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화 절상이 지나치다고 언급했고 일본도 꾸준히 구두개입에 나서고는 있지만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로 예전과 같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을 시사할 경우 달러 약세가 잠시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하락방향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달러 약세를 멈추게 할 만한 재료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움직임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시장개입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올해 국회에서 승인받은 국고채 한도 18조8,000억원 중 현재 쓸 수 있는 여분이 2조8,000억원에 불과해 최근의 ‘급락세’를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에서는 무한정 ‘발권력 동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시장에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환율하락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도 있어 시장은 한은의 이 같은 언급에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환율하락이 대세라면 과거와 같은 무리한 개입보다 흐름에 순응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의 급락세가 지난해 말과 올초 정부의 무리한 환율방어에 따른 후유증인 측면도 큰 만큼 환율개입은 미세조정에 그치고 대신 내수진작 정책 등에 힘쓰는 게 효과면에서 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는 “환율로 버티는 수출정책은 시장의 자생력에 근거하지 않는 인위적 개입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며 “환율이 오를 경우 물가상승 부담도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외환정책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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