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및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가 다음달 중하순에나 가능해지는 등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KB그룹 전반의 인사가 줄줄이 표류하거나 파행을 겪고 있다. 계열사 사장 재선임 여부와 은행 임원 선임은 물론 KB국민카드 직원의 콜백옵션(은행으로 돌아가는 옵션) 등 말단 직원 인사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임기가 만료된 KB생명·KB금융투자·KB자산운용·KB부동산신탁·KB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사장들의 재선임 작업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계열사 사장들은 매년 재선임 여부를 묻게 돼 있지만 임 회장의 제재심의 방향성이 잡히지 않아 대표이사추천위원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계열사 대표는 “임기가 끝나가는데 재선임을 못 받고 있으니 어정쩡한 상태로 출근하고 있다”며 “어떻게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은행 임원들의 인사도 무기 연기됐다. 이달로 임기가 끝나거나 다음달 초 임기가 만료되는 부행장·전무의 임기는 어쩔 수 없이 임시 연장됐다. 한 고위 임원은 “임원이 임시직이라고 하는데 졸지에 ‘임시의 임시직’이 됐다”고 푸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 회장은 대추위 멤버이고 행장은 가장 큰 계열사의 수장이어서 한 명이라도 중징계를 받게 되면 인사가 또 기약 없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원 인사에 이어 일선 직원들까지 인사 파행이 확대되면서 조직 전반의 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KB국민카드 직원의 경우 국민은행으로 돌아가는 데 제동이 걸렸다. 카드 직원들은 지난 2011년 분사 이후 올 3월께 은행으로 돌아갈 콜백옵션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카드정보 유출 사건에 더해 제재까지 이어지면서 콜백옵션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민카드 노조는 콜백옵션을 활용하고 싶은 직원이 5%가량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됐고 은행에 비해 적은 지점 탓에 연고지에서 근무할 수 없는 여건 등을 이유로 콜백옵션을 원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룹과 국민카드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겸임하고 있는 김재열 전무가 중징계를 받았지만 임 회장이 정보 유출 이래 약속했던 것처럼 계열사 CIO를 개별 임명하지 않고 지연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카드 분사 당시 KB지주가 ‘비 카드정보(카드는 쓰지 않고 은행만 거래하는 사람의 정보)’를 카드사로 이전한 다음 제거하겠다는 사업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제재 수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영업상 목적으로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국민카드로 이관했다”는 KB금융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임 회장으로서는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