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쿠팡, 우리 정부는 옭아매고 손정의는 1조 베팅하고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유치의 대박을 터뜨렸다. 쿠팡은 지난해에도 미국 투자사인 세쿼이어캐피털과 블랙록으로부터 4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바 있어 투자규모로 따지면 우버·샤오미와 맞먹는 글로벌 3대 벤처로 떠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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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는 각 영역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혁신적 사업가를 지원함으로써 성장하고 있다"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의 작은 소셜커머스 업체에 베팅한 것은 쿠팡의 현재 가치가 아니라 풍부한 미래 성장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쿠팡이 지난해 물류투자에 올인하느라 1,21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긍정적으로 봤다고 한다. 흑자 재무제표만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낙후한 국내 투자업계가 귀담아들을 만한 대목이다. 쿠팡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로켓 배송'이라는 독자 배송 시스템과 글로벌연구개발(R&D)센터는 이미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투자가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배송전쟁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쿠팡의 창의적인 배송 서비스야말로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

해외에서 각광 받는 로켓 배송이 정작 국내에서는 낡은 정부 규제에 얽매여 위법행위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택배허가를 받지 않은 쿠팡이 운송사업법을 위반했다고 국내 물류업계가 들고 일어나자 국토교통부는 위법소지가 있다며 물류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혁신경영의 성공사례라고 칭송받는 배송 시스템을 북돋우기는커녕 오히려 싹부터 자르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아무리 벤처 천국을 만든다고 야단법석을 떨어도 민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이겨내지는 못한다. 쿠팡은 다음달까지 쿠팡맨 800명을 뽑고 3만여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섣부른 규제로 혁신기업의 기를 꺾지 말고 자유로운 경영활동만 보장해도 창조경제는 저절로 꽃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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