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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가을 단풍이 들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동구, 충청북도 청주시·보은군·옥천군에 걸친 '대청호 오백리길' 주변 나뭇잎들이 옷을 갈아입어 지금 물 위는 온통 붉은빛이다. 총 연장 220㎞, 21구간으로 이뤄진 길에는 역사유적·문화답사·농촌체험·등산과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줄줄이 늘어서 있다.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 대전 언저리에 계절이 그려놓은 수채화 같은 길로 발길을 옮겨봤다.
◇1구간 두메마을길=1구간 두메마을길은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에서 시작한다. 대청공원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지만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시작점에서 왼쪽으로 1㎞ 떨어진 곳에 사진촬영 포인트가 있다. 데크길이 이어지다 수변으로 난간이 사라지는 곳이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포인트다. 이곳에는 물속에서 솟아난 나무들이 명경(明鏡) 같은 강물 위에 제 모습을 비춰보고 있어 하늘과 물이 맞물리며 데칼코마니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을 새벽에 찾아봐야 하는 이유는 그 시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때문이다. 여명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겹쳐진 버드나무의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4구간 호반낭만길=4구간인 '호반낭만길'은 대전 동구 마산동삼거리로부터 신상동 오리골까지 이어진다. 마산동삼거리 '할먼네집' 쪽에서 길을 시작해 추동 방면으로 500m 걸어가다가 샛길로 들어서면 호반의 풍경이 펼쳐진다. 소박한 호반의 풍경을 눈에 담다가 다시 도로길로 접어들어 마산동정류장의 삼거리 맞은편 호수변으로 접어든다.
길을 따라 20~30분 걷다 보면 4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 중 한 곳인 갈대밭이 나온다. 키 큰 갈대들이 한들거리며 군무를 추고 그 사이에 난 데크길은 S자로 굽어 있다. 이 주변은 지난 2005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슬픈 연가'가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다.
갈대밭길을 나와 길을 건너면 '가래울마을'이 있다. 매년 국화축제를 열고 있는 추동의 대청호 자연생태공원에는 이곳의 명물 풍차가 있다. 풍차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나들이객들을 구경한 후 다시 나무데크길로 접어들면 수변에 물개처럼 떼를 지어 자리잡은 바위들을 볼 수 있다.
대청호 자연수변공원을 취수탑을 지나 당도하는 연꽃마을에는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주산동에는 또 조선 중기 때의 문신인 송기수 선생의 사당과 묘지가 있어 역사에 관심이 있는 객이라면 피곤한 다리도 쉴 겸 잠시 들러볼 만하다. 길을 재촉해 비룡동으로 들어서면 신선봉이 자태를 드러낸다. 신선바위의 갈라진 틈, 한쪽에는 '佛(불)'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바위는 신선바위 또는 신선봉이라 불리는데 이곳에는 백제 시대에 한 왕자가 태어났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4코스 요약> 대전 동구 말뫼(마산동 삼거리)→B지구→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전망 좋은 곳→ 가래울→교촌→대청호 자연생태관→습지공원→추동 취수탑→황새바위→연꽃마을→원주산→상촌→고용골(상곡사, 송기수 묘)→금성마을 삼거리→신선바위→엉고개→제방길→신상교→대전 동구 신산동 오리골
◇5구간 백골산성 낭만길='백골산성 낭만길'이라 불리는 5구간은 폐고속도로에서 신상동 흥진마을로 들어서면 시작된다. 왼쪽에는 호수를, 오른쪽에 흥진마을을 옆에 두고 걷는 이 길은 4구간 못지않게 갈대밭이 장관을 이룬다.
정자처럼 생긴 전망대 위에서 바라보면 호반 풍경이 손에 잡힐 듯이 들어오는데 가까운 곳에 김정 선생 사당과 묘가 있다. 김정 선생은 중종 때 이조참판·대사헌·형조판서 등을 지낸 문관으로 기묘사화로 제주에 유배됐다가 사사됐다. 사후에 영의정으로 추존된 인물이다.
무르익은 가을빛에 젖어 발길을 옮기노라면 길은 백골산성으로 이어진다. 백제 시대의 테뫼식 석성인 백골산성(白骨山城·대전광역시 기념물 제22호)은 서쪽으로 계족산성(鷄足山城%사적 제355호), 동쪽으로 환산성(環山城)을 잇는 중간지점의 산성이지만 지금은 성터만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윤재진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협력지사장은 "대청호 오백리길을 중부권 최고의 힐링 도보길로 육성하기 위해 대전시·대전마케팅공사 등과 함께 다양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억새가 수변 풍경과 어우러진 요즘이 1년 중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5코스 요약> 대전 동구 신상동 오리골 버스 종점→신상교→대청호반길(5-1)→바깥아감 승강장→강살봉→백골산성(전망대)→절골 승강장→꽃님이식당→방축골→청주 절골→571번 도로→모래재→대전 동구 내탑동 와정삼거리 (방아실 입구)
/대전=글·사진 우현석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