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한미 FTA 조기비준의 효과

경제적으로 참여정부가 이룬 최대 업적으로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킨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라면 펄쩍 뛰는 비판적인 인사도 한미FTA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아끼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실책들은 한미FTA라는 쾌거 하나로 상쇄되고도 남는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한미FTA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경제의 활로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의 21.8%(1조5,000억달러)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 단번에 우리 상품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안방시장이 된다는 점에서 흥분이 앞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양국 모두 국회비준이라는 마지막 정치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참여정부는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지난 9월7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담화문발표와 함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동의안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되고 다른 동의안과 마찬가지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찬성이 있으면 통과된다. 1년이 넘는 지루하고 피말리는 협상과정과 비교하면 한결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타이밍이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곧 있을 대선과 뒤이은 총선이라는 정치행사를 앞두고 과연 순조롭게 비준이 이뤄지겠느냐는 것이다. 미국 쪽 사정도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늦어질수록 막대한 이득 상실 천신만고끝에 성사된 한미FTA가 자칫 정치마당에서 표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는 차원을 넘어 우리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국회가 국가발전과 우리경제의 도약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미국 의회가 먼저 비준한 다음에 하자는 식으로 발을 빼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FTA에서 우리가 얻게 될 혜택이 미국 측이 얻게 될 혜택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중국ㆍ 일본등에 밀려 미국이라는 거대 황금시장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95년 3.3%였던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5년 2.6%로 주저않은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6.1%에서 14.6%로 치솟았다. FTA비준이 1년 지연될 경우 경제적 손실이 15조원이 넘는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은 FTA비준에 늑장을 부리거나 미국 의회와 힘겨루기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잘 보여준다. 극단적으로 말해 방대한 자국시장에다 북미시장을 단일시장으로 갖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국과의 FTA가 우리만큼 절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보다 먼저 우리가 비준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개방과 자유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라는 점이다. 한국은 자유무역의 최대수혜자이면서도 개방과 자유화에 있어서는 항상 피동적인 입장이었다. 한미통상관계에 있어서도 미국은 항상 공세적이고 한국은 수세적이었다. 우리가 주눅드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본질도 개방과 경쟁, 투명성과 자유화이다. FTA에 대한 조기비준은 경제적 실익을 챙기면서 이 같은 열등의식에서 개방과 자유화에 당당한 국가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개방 자유화 위한 역공 기회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개방과 자유화에 대한 공포는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침소봉대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경제가 거덜나는 것 같은 위기감에 사로잡혔던 우루과이라운드에서부터 칠레와의 FTA에 이르기까지 개방과 자유화의 역풍을 거뜬히 극복하고 성장을 거듭해 왔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때만 해도 국내 포도농가가 전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방과 자유화에 대한 우리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한미FTA의 조기비준은 정치권이 종종 3류라는 불쾌한 지탄에서 벗어날 수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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