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복해 있던 휴대폰 한글 입력 방식 표준화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산 단말기들의 국내 진입 확대로 소비자 불편 해소 차원에서라도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 HTC와 기가바이트 등 외국산 단말기가 잇따라 수입되면서 휴대폰을 통한 한글입력방식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형 무선인터넷 소프트웨어인 ‘위피’ 의무화 정책이 완화될 경우 애플의 ‘아이폰’, 노키아폰 등 외산 단말기의 국내 진입이 가속화 될 수 있지만 그 때마다 입력방식이 바뀐다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SK텔레콤이 국내에 출시한 대만 HTC 터치듀얼폰은 팬택 계열 단말기와 동일한 입력방식을 채택한 반면, KTF에서 나온 기가바이트의 스마트폰 ‘GB-P100’은 국내 중견업체 네오모빌의 한글 입력 방식을 사용했다. 삼성전자-KTFT의 ‘천지인’, LG전자의 ‘Ez한글’, 팬택계열의 ‘SKY 한글’, 모토로라, 기가바이트 등 기존 자판도 모자라 새로운 방식이 더 추가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단말기 업체들마다 다른 입력방식이 채용한다면 소비자 불편은 가중될 것”이라며 “PC도 제조사별로 입력 방식이 다 같은 데 휴대폰도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글 입력방식이 소비자의 편의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표준화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의 ‘휴대폰 문자입력 방식의 평가 및 개발’ 실험평가에 따르면 숙련자의 경우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는데 걸리는 소요시간은 단말기의 종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조사에서 각자의 입력방식을 고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입력방식이 바뀌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제조사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 소비자들을 계속해서 붙잡아 두는 ‘락인(Lock-in)효과’를 갖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한글입력 방식도 제품 차별화의 하나이기 때문에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들은 “자판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 대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