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시성 가계부채 대책은 필요없다

우리ㆍ신한ㆍKBㆍ하나 등 4개 금융지주회사들이 가계부채 해소와 서민금융 지원책을 21일 일제히 발표했다. 지난달 김석동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한달 내에 금융권 신뢰회복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 받은 데 대한 반응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 등 잇따른 은행들의 물의로 국민 불신이 가중되자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던 것이다.


핵심은 역시 가계부채 대책이다. 이날 우리금융은 지난번 발표했던 '신탁 후 재임대 방안'을 다시 내놓았다. 신한금융은 문제가 되는 가계부채의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기존 가계대출을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애초 가계부채와 관련해 은행들에서 어떤 특효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역시 뚜껑을 열어보니 별 게 없다. 대부분 기존 정책들을 재탕삼탕해 포장만 새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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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의 부실위험이 급격히 커가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선을 초과하는 대출금액은 48조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금액의 16.9%를 차지했다. 문제는 증가속도다. 지난해 말 초과금액은 41조4,000억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0%였다. 6개월 만에 금액으로는 6조6,000억원, 비율로는 1.9%포인트가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이 어느 수준인지, 그에 따라 대책의 수위를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엇갈린다. 정치권은 공적인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아직은 더 두고 볼 수 있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조만간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세금으로 구제한다면 형평성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ㆍ업계의 눈높이를 비교하고 의견조율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나 정치권이나 무조건 대책을 내놓으라고 닦달할 일이 아니다. 당장의 단맛에 곶감 빼먹듯 빼먹은 재정 때문에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우리는 지금 현실로 보고 있다. 전시성 대책이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 정도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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