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긴급 제언-부동산 이렇게 살려라] <2> 불거지는 주택 공급 조절론

밀어내기식 물량 쏟아내 시장 휘청… 예측 가능한 수급플랜을<br>보금자리주택 대기 수요가 민간 건설산업 위축 부채질<br>급속한 인구 노령화 감안한 주택대책 장기 밑그림 필요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고양시 풍동 일대 97만㎡에 신도시를 개발하려던 풍동2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최근 포기했다. 보상 문제와 사업성 미비 등의 장벽에 가로막혀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 2007년 3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이 일대는 보상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과 LH에 빚덩어리만 남긴 채 쓸쓸히 개발 지도에서 퇴장할 위기에 몰렸다.

2010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검단신도시도 비슷한 처지다. 인천시와 LH는 당시 인천 대곡동 일대 694만㎡ 토지에 4조4,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명품 신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중 검단2지구는 최근 지구지정 해제 절차에 착수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줄줄이 정책을 쏟아냈으면서도 부동산 경기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 핵심으로 정부가 수급, 그 중에서도 공급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 직후 향후 10년간 150만 가구의 보금자리 주택을 지어 서민 주거 복지를 실현하겠다며 내놓은 마스터플랜은 공급 실패의 상징이다. 정책 수행 과정에서 LH의 자금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다. 동시에 보금자리 대기 수요로 민간 건설사업이 위축돼 도리어 시장 불안만 부채질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새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하겠지만 공급 물량을 줄이는 작업을 최우선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수요 대책에서 공급 대책으로=사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투기지역을 풀거나 재건축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취득ㆍ등록세와 양도세 등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수요자를 자극하는 '수요 대책'을 펴왔다. 집 사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각종 혜택을 주면 매매 수요가 늘고 이 과정에서 집값도 자연히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서 건설 경기는 물론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이 같은 수요 대책은 반짝 효과는 냈을지언정 장기 해법은 되지 못했다. 지난해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을 골자로 내놓은 9ㆍ10대책이 대표적이다. 세금 감면 기간을 지난달로 못 박았던 탓에 새해 들어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기면서 이른바 '거래절벽'현상이 나타난 원인이 됐다. 1월(1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불과 327건에 그쳐 전년 동월(1,625건)의 5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라도 수요 위주 대책에서 공급 위주 대책으로 큰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무작정 세금을 낮추는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적정 수준에서 공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양적인 밀어내기 식 공급대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한손에는 수요 완화 정책을 들, 다른 한손에는 저가 보금자리 주택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급책을 쏟아내 주택시장의 '불균형(미스매칭)'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0~2015년 택지개발지구를 통해 공급될 주택물량은 연간 26만4,727가구로 2000~2009년 평균 9만809가구의 3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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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공주택을 단순히 짓는 것에만 몰두해서는 곤란하다"며 "수도권의 경우 정부가 2기 신도시 등의 정책으로 물량을 쏟아내 주택 경기 불황을 키워 공공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규모 택지개발 대신 도심 재생사업을 주문한 만큼 이와 관련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보금자리 주택도 기존 정책 유지ㆍ축소ㆍ폐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대비한 공급정책 나와야=단순히 건설 경기 부양 차원을 떠나 국가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주택 정책은 중요하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우리 나라의 연평균 인구 증가 속도는 2000년대 33만명이던 것이 2010년대 20만명으로 줄더니 2020년대에는 7만명까지 쪼그라들어 2030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주택 구입의 주요 수요층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자연히 줄어 집값 추가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와 여러모로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 인구의 비중이 정점을 찍었던 1990년대 초반 이후부터 집값도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구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1~2인 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어 지난해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이 1~2인 가구로 채워졌다. 인구 노령화와 분열화 속에 기존의 양적 공급대책을 완전히 뜯어 고친 대책이 나올 때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선 보금자리주택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6차 지구까지 지정된 보금자리주택을 주민 반발 없이 취소하거나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내세운 행복주택도 큰 틀로 보면 일종의 보금자리 주택인데 현 정부의 실책을 답습하지 않도록 철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임대주택을 늘리면서도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임대사업자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세를 내주는 매입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무엇보다도 예측 가능한 공급정책이 나와야 주택 수요자의 심리적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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