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럽銀 부채축소 본격화땐 국내銀 직격탄"


-유럽 은행 부채 축소 땐 외화차입금 급격 유출 가능성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한국은행이 유럽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은행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 중 절반 이상이 유럽계 은행인 탓에 그만큼 유럽의 국가채무 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또 대외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 미국과 유럽계 자금이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은행과 해외금융기관 거래 규모는 145조8,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부채가 82%인 119조6,000억원에 달했다. 부채 비중이 높은 것은 국내 은행이 주로 외화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 금융기관과 거래하기 때문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1.6%로 가장 많았고, 영국 20.5%, 프랑스 11.3%, 일본 9.4%, 독일 7.4%, 네덜란드 7.2%등이 뒤를 이었다. 재정위기로 시름을 앓고 있는 유럽계 금융기관과의 거래규모는 50%가 넘는다. 한은은 “유럽 금융기관이 자금경색 등으로 부도날 경우 국내 은행들도 상당한 손실을 입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 확충 압력을 받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부채 축소에 나설 경우 국내 은행이나 외은지점이 유럽 지역으로부터 들여온 외화차입금이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화조달비율이 다른 신흥시장국에 비해 높은 데다 은행들의 유럽계 차입 비중도 커 유럽 국가 채무 위기가 확산되면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화차입금 가운데 유럽계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본점의 국적별 기준으로 지난 7월말 현재 41%에 이른다. 한은은 또 국내 은행 부실이 비은행으로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측간 거래규모가 커 해외금융기관 부실이 국내은행을 통해 증권ㆍ보험 등 비은행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은행과 비은행간 거래규모는 증권이 89조3,000억원, 보험 32조8,000억원 등 131조3,000억원으로, 국내은행간 상호거래 규모(123조6,000억원)보다 많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재정위기가 심화될 것에 대비해 자기자본 추가적립, 외화자금조달 수단 다양화 등으로 통해 손실흡수력을 강화하고, 국내에 지점을 둔 외국은행 본국 감독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국내에 대규모로 들어온 외국인 증권투자자금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실제 금융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9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럽과 미국계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했다. 지난달 말 외국인 보유 국내 주식 잔액은 2,695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7.4% 감소했으며,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도 30.9%로 지난해말(31.9%)보다 다소 하락했다. 한은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외국인 증권투자규모가 크고 재정위기로 시름을 앓고 있는 미국과 유럽계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아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대규모 자금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증권투자에서 유럽과 미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주식 75.5%, 채권 53.1%에 달한다. 한은은 “선물환포지션한도, 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외환부문 거시건전성 정책을 외국자본 유출입 상황 변화에 따라 더욱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은행들도 외화유동성 대응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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