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괴신드롬/김광평 대한생명 사장(로터리)

21세기를 불과 2년여 앞두고 있는 작금은 새로운 밀레니엄(1천년)을 향하여 엄청난 폭과 속도를 수반한 채 변화무쌍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이세상 만물이 다 변하고 있는데 오직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이는 곧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라는 어느 고대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변화는 우리의 피부에 깊숙히 와닿아있다. 우리는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옛날에 쓰이던 느낌과는 달리 언젠가부터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느끼는 단어 하나를 접할 수 있는데 「파괴」가 바로 그것이다. 선입적인 관념으로 쓰임새가 별로 좋지 않았던 파괴는 언젠가 「가격파괴」라는 유통업계의 마케팅전략으로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우리들의 고정의식을 뒤흔들었다. 「인사파괴」 「조직파괴」 「학력파괴」 「계절파괴」 등 실로 무수한 파괴의 바람이 불면서 기존 질서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개인에게나 사회에 있어서나 파괴는 동기부여 및 성취의욕과 함께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파괴들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사회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이고 앞으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청신호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진전을 위한 「창조적 파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들 파괴의 열병에 시달리다보면 창조적 파괴가 아닌 「퇴보적 파괴」의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파괴만을 위한 파괴는 존재해서는 안되며 그리고 무조건 파괴만 시켜놓았다고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파괴위에 새싹이 움트고 거대한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질서와 법칙이 존재하고 창조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어야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파괴의 열병에 들떠 기존의 구질서에 새로운 병폐를 더한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게되는 것이다. 하여튼 요즘도 파괴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어 파괴라고 하면 솔깃해지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다. 다만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파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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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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