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뭄바이의 악몽

우리는 두 ‘11일’의 악몽을 기억한다. 그것은 뉴욕 9ㆍ11 테러와 마드리드 5ㆍ11 열차 테러다. 이제는 하나의 악몽을 추가해야 할 듯하다. 뭄바이 7ㆍ11 테러다. 지난 11일 퇴근시간, 인도의 금융수도인 뭄바이의 통근기차에서 8개의 폭발물이 터졌다. 190명이 죽었고 400여명이 다쳤다. 30분 동안 거의 5분 간격으로 터진 폭탄은 이번 테러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음을 보여준다. 이번 뭄바이 테러의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러 추측들만 난무한다. 하지만 인도 언론들은 폭발의 정황으로 볼 때 알카에다의 흔적이 묻어난다고 보도했다. 2004년 마드리드 폭발과 2005년 런던 테러와 유사한 수법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출퇴근길의 일반 대중을 겨냥했다. 죄 없는 시민들을 볼모로 삼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전형적인 테러 수법이다. 인도 정보 당국은 이번 테러를 일으킨 조직으로 카슈미르 이슬람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라스카르 에 토에바(LET)’와 ‘인도학생이슬람운동(SIMI)’을 유력하게 꼽고 있다. LET와 자이시 에 무하마드(JEM)는 2001년 인도와 파키스탄을 전쟁 위기로 몰고 간 인도 국회의사당 테러의 배후 조직이다. LET는 3월 바라나시 테러와 지난해 10월 뉴델리 테러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무장단체는 인도령 카슈미르의 분리 독립, 또는 파키스탄과의 병합을 추구하는 조직들이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카슈미르 지역은 47년 인도ㆍ파키스탄 분리 독립 과정에서 인도로 귀속되면서부터 오랜 영토 분쟁의 근원이 됐다. 2003년 휴전 협정 이후 평화협상이 진행되는 등 양국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왔으나 평화협상으로 인해 카슈미르의 국경선이 고착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리주의단체들은 테러로 맞서고 있다. 혹자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화기애애한 미ㆍ인도 관계에서 찾을 것이다. 알카에다는 마드리드와 런던 테러 때도 미국과 테러 대상국의 각별한 관계를 구실로 삼았다.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은 인도를 미국과 이스라엘 다음으로 큰 적군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 미ㆍ인도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것으로 보여진다. 인도는 동병상련으로 미국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고 지난 10년간 서로를 친구로 여겨온 양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의 ‘공공의 적’이 누군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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