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쫀쫀한 교과부

성행경기자(사회부) “정부가 너무 쫀쫀합니다.” 지난 22일 포항공대(포스텍)에서 정기총회와 가을 연구발표회를 열고 있던 대한수학회 김도한 회장(서울대 수학과 교수)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사교육 경감을 위해 과학고 입시에서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한데 대해 “답답하다”며 비판했던 그는 “쫀쫀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교육과학기술부를 강도 높게 성토했다. 김 회장의 얘기는 입시나 입사시험에서는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최대한 어필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도, 고교나 대학 입시에서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 수험생 개인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항목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심지어 기재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고 윽박지르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최근 올해 중학생 수학ㆍ화학ㆍ물리 올림피아드 응시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30~40%씩 감소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특목고 입시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고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사교육 경감 대책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대다수 교육 및 과학계 인사들은 이 같은 현실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기에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경시대회를 더욱 권장하고 활성화해야지 정부가 이를 홀대하고 심지어 죄악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필즈상 올해 수상자 4명 모두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 출신이다. 필즈상은 40세이전의 수학자에게 수여된다. 이 상을 받기 위해서는 30대에 이미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야 한다. 조기 영재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고교생들은 올해 열린 화학ㆍ수학올림피아드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최근 5년간 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 3명 중 1명이 의대로 진학할 정도로 이공계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으로 진출할 과학영재를 발굴하려는 경시대회 조차 정부가 나서서 보지 말라고 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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