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지난 5년여 고수해온 `제로 금리' 기조를 포기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는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가가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내달 3일 발표되는 일본은행의 단기경기관측(일명 단칸) 보고서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일 발표된 일본의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한해 전에 비해 0.6% 오른 것으로 나타나 금리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근원 물가지수는 변동이 심한 식품을 제외한 것이다.
또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실업률이 5월에 4%로 당초 예상보다 더 떨어져 지난 98년 4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구직 상황을 보여주는 취업 청원지수도5월에 1.07로 전달의 1.04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07은 구직자 100명에 대해 107개의 일자리가 제공 가능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30일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에 나올 단칸 보고서가 특히 주목된다면서 긍정적인 내용을 담을 경우 빠르면 내달 13-14일 소집되는 일본은행 통화정책이사회에서 은행간 단기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단칸이 기대보다 나쁘게 나올 경우 금리 인상이 오는 8월10-11일의 차기 통화정책이사회나 그 후 회동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칸은 일본기업 1만개 이상을 대상으로 수익 전망과 노동 공급, 그리고 구매 수요 등을 종합 분석해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보고서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지대한 영향을 준다.
저널은 이번에 나오는 단칸이 특히 의미가 크다면서 일본이 현재 연율 기준으로3%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비자 물가도 지난해 11월 이후 전년동기비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이전과 확연히 다른 국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최적의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 20일 연설하면서이런 '최적 시나리오'를 굳이 부인하지 않는 입장을 취해 금리 조기 인상설을 더욱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금리 조기인상 여부를 가늠케하는 주요 변수로 기업 자본지출 추이를 들었다. 도쿄 소재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수석 통화전략가 후지 도모코는, 지난 4월 시작된 일본의 2006회계연도에 기업 지출이 한 해 전에 비해 8%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이 정도면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라고 저널에 말했다. 그는 "자본 지출이 과하다고 일본은행이 판단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병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후쿠이 총재가 투자 스캔들에 휩싸여 있음을 상기시켰다.
주식 내부거래 혐의로 구속된 무라카미 요시아키(村上世彰)가 운영하는 `무라카미 펀드'에 1천만엔을 투자한 것이 물의를 빚어 일각에서 사퇴 압력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후쿠이의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 총재에대한 신뢰는 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널은 이 때문에 오히려 이번에 나오는 단칸이 일본은행 통화정책 변경에 더욱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